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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케이뱅크 '자본절벽' 이대로 둘 건가

직장인용 대출영업 중단.. 철 지난 은산분리 풀어야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직장인K 신용대출'을 1일부터 잠정 중단한다. 대출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실탄이 떨어져서다. 지난 3개월 동안 케이뱅크의 신용대출 잔액은 5700억원이다. 한 달에 2000억원꼴로, 시중은행 평균(1145억원)보다 배 가까이 많다. 이 추세로 9월쯤이면 경영개선 권고 대상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가 간당간당해진다. 아직 20%대로 여력이 있지만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케이뱅크의 돌풍은 거세다. 비용을 아껴 예.적금 이자는 더 주고 대출 이자는 덜 받아서다. 서민은 물론 신용도가 높은 우량고객까지 몰려 출범 두 달 만에 올해 목표치인 여.수신 1조원을 채웠다. 기대했던 메기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낮추고 예금 금리를 높인 상품을 잇따라 내놨다. 비대면영업을 늘리고 해외 송금수수료를 낮추는 등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케이뱅크의 자본절벽은 예견된 일이다. 우려대로 은행이 돈이 없어 장사를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초기자본금 2500억원인 케이뱅크가 10%대의 중금리 영업을 안정적으로 하려면 조 단위의 자본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본을 늘릴 방법이 마땅치 않다. 연내 증자를 한다지만 자금여력이 없는 주주 때문에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최선책은 케이뱅크 대주주인 KT가 자본금을 늘리는 것이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은산분리 규제 때문이다. 현재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10%(의결권 있는 지분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은행돈이 재벌의 쌈짓돈이 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이지만 철 지난 규제다. 우리처럼 은행지분 소유 규제가 강한 나라도 드물다.

현재 국회에는 은산분리를 완화하자는 내용의 법안이 여럿 제출돼 있다. 야3당도 찬성한다. 하지만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때문에 한 걸음도 못 나간다. 엊그제 같은 당 최운열 의원은 금융연구원 세미나에서 "은산분리는 1980년대 규제다. 산업은 산업대로 활성화하고, 파생된 문제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공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김진표 위원장도 "인터넷은행 시작이 너무 늦었다.
금융 담합구조가 이런 나라가 없다"고 지적할 정도다. 민주당은 집권 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달 출범을 앞두고 있는 2호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가 케이뱅크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