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 죽이기’ 12일 출간
‘1Q84’ 이후 7년만에 장편소설 하루 1000~2000권씩 예약판매
또한번의 ‘하루키 열풍’ 예고
무라카미 하루키(68.사진)가 돌아왔다. 오는 12일 출간되는 '기사단장 죽이기'(문학동네)는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이후 4년만에 내놓는 신작이자 '1Q84' 이후 7년만의 장편소설이다.
그의 신작은 침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출판시장에 오랜만의 단비와 같은 존재다. 지난 6월 30일 예약판매를 시작한 이후 하루에 1000~2000권이 판매되며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5일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에 따르면 '기사단장 죽이기'의 판매 속도는 근래 보기 드문 빠르기다. 탄탄한 팬덤을 자랑하듯 정식 판매가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미 각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며 또 한번 '하루키 열풍'을 예고했다. 이날 기준으로 '기사단장 죽이기'는 1.2권을 합쳐 교보문고 약 5600권, 예스24 7200권, 알라딘 7000권 등 2만권 가까이 판매됐다.
예스24 김도훈 문학담당 MD는 "이번 신작은 일본에서도 출간과 동시에 화제가 된 작품이다. 2009년 '1Q84' 이후 처음 만나는 스케일의 작품인 만큼 하루키 독자들에게 크게 환영받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도 "워낙 화제의 책이다 보니 예약 판매량이 엄청나다. 폭발적이었던 주말 판매에 이어 이번주에도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그의 신작이 출판시장의 초대형 돌풍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학동네로 판권이 돌아갔지만 김영사, 민음사, 현대문학, 은행나무 등 내로라 하는 국내 대형 출판사들이 판권 경쟁에 뛰어들었을 정도로 그의 신작에 대한 기대는 컸다.
'현현하는 이데아', '전이하는 메타포'라는 부제가 붙은 1.2권의 '기자단장 죽이기'는 "'이것이 하루키다'고 말할 수 있는 요소가 전부 담겨 있다"(북 아사히)는 한 마디로 설명된다. 간결하면서도 나른한 특유의 문체, 현실과 관념의 경계를 오가며 말하는 상실과 회복. 지문과도 같은 그의 상징이 곳곳에 박힌 '무라카미 하루키 월드'의 집대성이다.
30대 중반의 초상화가 '나'가 아내에게 갑작스러운 이혼 통보를 받은 뒤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산꼭대기 집에서 벌어지는 불가사의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다. "외딴 섬처럼 고독하고도 평화로운 나날이었다. 기사단장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특유의 문체로 그려놓은 소설은 언제나 그렇듯 손쉽게 독자를 그의 상상세계로 끌어들인다. '태엽 감는 새' '1Q84' 같은 작품처럼 현실과 비현실이 절묘하게 뭉쳐진 그의 소설세계는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집을 나와 친구의 아버지이자 저명한 일본화가가 살던 산속 별장에서 지낸 '나'는 어느날 천장 위에 숨겨진 그의 미발표작 '기사단장 죽이기'를 발견한다.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의 인물을 일본 아스카 시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 그림을 가지고 내려온 뒤 '나'의 주위에서 기이한 일들이 잇달아 일어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신작 발표 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단문이 소비되는 요즘,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글을 쓰는 것이 나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이야기라는 것이 즉각적인 효력은 없지만 시간의 도움을 얻어 반드시 인간에게 도움을 준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불가사의한 일들이 연속으로 펼쳐지며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지만 늘 그렇듯 그의 소설은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는 여정이다. 특히 이번 소설에는 난징 대학살 등 민감한 과거사도 등장하며 일본 내에서는 논란이 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미국 문학에서 영향을 받은 간결하고 세련된 문체, 현대인이 느끼는 고독과 허무의 감성으로 가득차 있다. 29세인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제81회 군조 신인 문학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학계에 등장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양을 쫓는 모험'(1982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1985년), '노르웨이의 숲'(1987년), '태엽 감는 새'(1995년), '해변의 카프카'(2002년) 등 수많은 장.단편소설, 에세이로 전 세계 열성 팬을 확보했다. 최근 몇 년간 노벨문학상 후보에 꾸준히 오르내릴 정도로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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