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골드만삭스의 굴욕 "올해 최악 매출 자산운용사"

전통의 명가 골드만삭스의 굴욕이 계속되고 있다. 1·4분기 실적악화로 월가 왕좌 자리를 경쟁업체 모간스탠리에 내준데 이어 이번에는 골드만삭스자산운용(GSAM)이 '자산이탈 세계 최대'라는 불명예도 안게 됐다. 특히 자산운용 부문은 투자은행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골드만이 차세대 먹거리로 도입해 전폭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사업분야여서 GSAM의 부진은 골드만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고 있다.

'월가의 흡혈 오징어'가 '월가의 주꾸미'로 전락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GSAM은 올들어 전세계 최악의 매출을 기록한 자산운용사가 됐다.

FT가 시장조사업체 모닝스타에 의뢰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GSAM 뮤추얼펀드에서 올들어 모두 267억달러를 인출했다. 또 GSAM 전세계 운용상품의 절반 이상이 투자금 순유출을 겪었다.

게다가 GSAM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자산이탈 2위인 '페더레이티드 인베스터스' 이탈 규모의 배에 육박하는 막대한 규모였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금이탈을 겪은 것이다.

특히 GSAM은 전통적인 투자은행과 거래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는 골드만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전략적으로 밀었던 사업부문이어서 타격이 더 크다.

1조300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GSAM은 지난해 매출이 7%, 순익은 17% 가까이 급감한데 이어 올들어서도 1·4분기 매출이 7% 감소했다.

자산운용사들의 매출이 감소하는 원인은 우선 수수료가 적은 상장지수펀드(ETF)로 갈아타는 투자자들이 늘어난데 있다.

시장 변동성이 높지 않고, 주가가 골고루 오르면서 ETF 수익률이 좋아졌고, 이때문에 소극적인 지수펀드 상품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늘게 됐다. 공연히 높은 수수료를 물면서 수익도 별 차이가 없거나 더 낮은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매하는 자산운용사에 돈을 맡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GSAM 뿐만 아니라 페더레이티드에서 올해 140억달러가 빠져나갔고, 피델리티, 모간스탠리, 프랭클린 템플턴 등도 모두 투자자 이탈을 겪고 있다.

컨설팅업체 크리에이트 리서치의 아민 라잔 최고경영자(CEO)는 "거침없는 소극적 투자 펀드의 상승이 거의 모든 적극적 펀드매니저들을 잠식하고 있다"면서 "어떤 펀드는 다른 펀드보다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들은 또 지난해 도입된 투자자 보호 강화, 상품 유동성 강화 등이 담긴 미국의 새로운 머니마켓 규정으로 비용 부담이 높아졌다.

금리인상 전망 등도 투자자들이 다른 투자상품으로 눈을 돌리도록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GSAM의 경우 악순환도 지목된다. 실적이 악화하면서 긴축에 나서거나 지사를 폐쇄하는 식으로 GS가 대응해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리서치 업체인 매케이 윌리엄스의 공동 CEO 다이애나 매케이는 지난해 GS가 GSAM 직원 2000명에게 지출을 줄이고 불필요한 출장도 금지하도록 했고, 연초에는 런던 지사의 헤지펀드 부문을 폐쇄했다면서 이는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고 투자자들이 돈을 빼도록 하는 악순환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매케이에 따르면 GSAM의 유럽내 자산운용사 순위는 지난해 15위에서 21위로 떨어졌다.

그는 투자자들은 GS의 GSAM 허리띠 조이기를 투자운용사의 위치가 불안하다는 것으로 인식해 돈을 뺐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