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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최저임금 결정방식 이대로는 안된다

16.4% 오른 시급 7530원 中企·소상공인은 한숨만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됐다. 월급(209시간 기준)으로는 157만3770원이며 인상률은 16.4%로 2001년(16.8%) 이후 최대 폭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5일 밤 11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표결을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 이 같은 최저임금 인상률은 지난해(7.3%)의 두 배를 훌쩍 넘긴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지급능력을 벗어난 인상률은 영세기업을 범법자로 내몰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소득 양극화를 완화하고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지속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얼마나 빨리 올려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큰 폭으로 올랐다. 2000년대 들어 지난해까지 연평균 인상률이 8.6%로 물가상승률의 3.3배, 임금상승률 평균치의 1.8배나 된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근로자의 85%가 몸담고 있는 중소.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임금부담 능력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부담능력을 넘어선 임금인상은 경영악화와 폐업, 고용축소를 부를 우려가 있다. 몇 년 전 최저임금 100% 적용 때 아파트 경비원들이 무더기로 해고된 것을 상기해보면 된다. 결국 최저임금 상승 속도가 문제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 협상은 정치가 끼어들어 꼬여버렸다.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 공식 가이드라인이 돼버린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려면 최저임금은 연평균 15.6% 올라야 한다. 이로 인해 최저임금위는 거꾸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 노동계는 즉시 1만원으로 올리자며 목청을 높인 반면 경영계는 잔뜩 주눅이 들었다. 16.4%라는 엄청난 인상률은 그렇게 도출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년에 중소기업들이 15조2000억원의 추가 부담을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소기업의 42%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고, 소상공인의 27%는 월 영업이익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정부도 추가 인건비를 재정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3조원 규모의 정부 지원금이 영세기업.자영업자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최저임금위를 통한 현행 최저임금 결정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협상과 표결로 결정하는 방식은 정치 논리에 영향을 받기 쉽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최저생계비나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 객관적인 지표를 바탕으로 최저임금을 정하거나 아예 산정공식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의를 검토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