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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재정확대로 '큰 정부론' 선언

文대통령, 재정확대로 '큰 정부론' 선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ㅇ

"그동안 작은 정부가 좋다는 맹목적 믿음이 있었으나 새 정부는 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정부를 지향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는 이른바 '큰 정부론'을 역설하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 모두 발언에서 "직면한 저성장 양극화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기 위해선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사람중심 재정 △포용과 균형을 지향하는 재정 △참여와 투명의 재정 등 3대 재정론과 재정개혁의 병행이란 '3+1' 재정원칙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새 정부 재정투자 중심은 사람"이라며 재정의 우선순위를 과거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투자와 재분배 중심의 복지정책에서 일자리, 보건복지, 교육·문화·연구개발로 옮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서민과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중소기업 우선, 중앙과 지방의 격차해소, 지역 간 균형발전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양극화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지거나 경제가 성장해도 대다수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모순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면서 "경제정책의 중심을 국민과 가계에 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것이 새 정부가 지향하는 사람중심 경제이고, 국민성장이다"고 말했다.

일자리가 이런 생각의 핵심이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좋은 일자리를 통해서 가계소득을 높이고, 내수 활성화가 경제성장을 이끌어내서 다시 일자리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창업을 활성화시키고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혁신성장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도높은 재정개혁도 주문했다. 이는 '증세없는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 이행을 위해 투입되는 예산은 5년간 178조원이다. 대선 기간 이미 현재 3~4%수준인 연평균 재정지출 규모를 7%대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만큼 세수확보 등 재원마련은 필수적인 부분이다. 다만,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등 핵심 3대 세목에 대한 증세는 고려치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수출증가 등 경기회복에 따른 세수 자연증가분과 재정지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충당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기본입장이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노무현 정부 때 처음 도입됐다. 매년 정부 예산을 수립하기 전 열리는 회의로 향후 5년간 예산증가율과 국가부채 증가율, 자원배분 등 재정의 큰 그림을 짜는 자리다.

회의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님,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 여당 지도부를 비롯해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18명의 국무위원, 한승희 국세청장,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청와대 참모진 등 220명이 참석했다.
예산안 수립을 위한 전초전과 같은 이 회의에 여당 대표와 지도부가 참석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정당책임제에 따라 정부의 명칭을 '더불어민주당 정부'로 하겠다고 선언한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회의는 이날부터 21일까지 양일간에 걸쳐 진행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