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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투기꾼 잡는 대책만으론 집값 못잡아

정부 '투기와 전쟁' 나설듯 공급 늘려서 시장 다독여야

집값 폭등을 잡기 위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2일 발표된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이와 관련해 1일 "투기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특히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책에는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금융.세제 등 초강력 정책수단들이 포함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에 나설 태세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집값 상승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서울 강남 4구의 재건축 단지에서 시작된 상승세는 서울 전역으로 번지며 매물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의 주간 매매가격 상승률은 0.57%로 올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상승세는 신도시와 경기, 인천 등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우리는 정부의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와 노력에 공감한다. 그러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미덥지는 않다.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과 문제해결 방식이 문제다. 정부는 집값 상승 원인을 부동산 투기로 본다. 그에 따라 대책도 투기 근절과 수요 억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투기의 근저에 자리한 공급부족을 간과하고 있다.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은 공급부족이며 투기는 공급부족이 초래한 현상으로 봐야 한다.

'6.19 대책'이 그 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낮춰 돈줄을 조이고 분양권 전매 제한을 강화했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자신했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정부가 다시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하나 노무현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노무현정부는 무려 12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5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56%나 폭등했다. 수요 억제 위주의 정책에 그친 것이 실패 이유로 지적된다.

주택 수요가 늘어난 데는 타당한 근거가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저금리다. 세계 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정책을 지속해 왔다. 그 결과 주택 수요 증가와 집값 상승을 초래했다. 우리나라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정부가 무리하게 억누른다고 눌러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관망해오던 대기 수요자들이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구매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급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투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는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시장을 존중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물론 투기를 뿌리 뽑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집값을 안정시키는 정도는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정부는 대증요법에 급급하지 말고 수요공급의 원칙에 입각한 원인처방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