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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갈팡질팡 탈원전, 원점서 재검토하길

공론화委 소송에 휘말려 법과 절차 제대로 밟아야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갈팡질팡이다. 정교한 밑그림 없이 성급하게 탈원전을 밀어붙인 탓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출발하자마자 소송에 휘말렸다. 한국수력원자력 노조는 1일 위원회 활동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뒤늦게 탈원전 홍보에 나섰으나 이는 공론화위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자충수다. 탈원전 정책은 수렁에 빠졌다. 지금이라도 정부.여당은 이를 솔직히 인정하고 탈원전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낫다.

무엇보다 절차를 어긴 게 사달이 났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한다는 결정은 법적인 하자투성이다. 국무회의는 쫓기듯 결정을 내렸고, 한수원 이사회는 안건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현행 원전 관련 법률은 원자력안전법, 원자력안전위원회법, 에너지법 등 3개가 있다. 원전 공사 중단을 비롯한 주요 에너지 정책은 원자력안전위원회 또는 에너지위원회에 맡기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이런 절차를 다 무시했다. 탈원전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해명도 옹색하기 짝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1일 긴급 당정협의에서 "2022년까지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2022년은 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해다. 문재인정부 5년만 괜찮으면 만사 OK란 말인가. 에너지 백년대계를 헌신짝처럼 걷어차지 않고서야 입에 담을 수 없는 얘기다. 당장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1일 "5년 뒤 전기요금 폭탄, 수급 대란을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2022년 이후에도 신재생 단가 하락 등으로 요금 인상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으나 근거 없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에너지 안보를 이렇게 가볍게 취급해선 안 된다.

전기생산 원가에 환경.사회적 비용을 반영해 발표하겠다는 발상도 꼼수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환경.사회적 비용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설득력이 약하다.

정부는 1일 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를 열어 공론화 비용으로 46억원을 책정했다. 이 돈도 다 세금이다.
문재인정부는 공약을 이행한다며 증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 전에 세출 구조조정이 먼저다. 한 푼이 아쉬운 마당에 공연히 쓸 데 없는 데 세금을 쓰는 건 아닌지 곰곰 따져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