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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거꾸로 가는 법인세, 일자리 정책에 역행

기업들 해외 탈출 부추겨 국회 심의서 대폭 손질을

정부가 2일 세법개정안을 내놨다. 과세표준 2000억원이 넘는 기업의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과세표준 5억원이 넘는 개인의 소득세율을 40%에서 42%로 각각 올리는 게 핵심이다. 이른바 부자증세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으로 올해 5조원 이상, 5년간 24조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추산했다.

새 정부의 첫해 세제개편안은 대통령의 국정기조를 담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를 이행하려면 최소 178조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정부는 무리수를 뒀다. 열흘 만에 뚝딱 증세안을 마련했다. 증세를 하려면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민 동의를 구하는 게 마땅한데 이 과정을 생략했다.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과 "당분간 명목세율 인상은 없다"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말은 식언이 됐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의 대원칙에도 어긋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근로소득자의 절반 가까이가 세금을 한 푼도 내지않았다. 이번 세제개편안 대로라면 내년에도 면세자 비율은 개선될 여지가 없다. 서민과 중산층을 대상으로 8000억원이 넘는 세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에 이어 부자증세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자칫 조세저항을 부를 수도 있다. 최고 75%의 부유세를 추진했던 프랑스 올랑드 전 대통령은 지지율이 4%까지 곤두박질쳤고 결국 대선후보로도 나오지 못했다. 프랑스는 2년째 부자 이민이 많은 나라 1위다.

법인세 인상은 더 심각하다. 세계적 흐름과도 거꾸로 간다. 법인세율을 올리면 기업들은 법인세가 낮은 나라로 공장을 옮길 궁리부터 한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국정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추구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법인세를 올린다고 세수가 더 걷힐지도 미지수다. 한국경제연구원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근래 법인세율을 올렸던 6개 나라 중 4곳은 오히려 세수입 비중이 줄었다. 과세표준 5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해 법인세율을 3%포인트 올릴 경우 최대 6만여개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도 있다.

지난주 문 대통령은 기업인 간담회에서 "기업이 잘돼야 나라 경제가 잘된다"며 일자리 창출을 당부했다. 하지만 내놓는 정책마다 일자리 만들기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간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제로화,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율 인상 등은 기업의 비용 부담을 늘려 일자리를 갉아먹는 정책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오는 9월 1일 국회에 상정된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취지에 맞게 큰 폭의 손질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