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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다이어트가 따로 없어요”…불가마 더위에 동분서주 주차장 알바

[현장르포]“다이어트가 따로 없어요”…불가마 더위에 동분서주 주차장 알바
지난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모 쇼핑몰 지하주차장은 연일 이어진 폭염경보로 뜨거웠다. /사진=최용준 기자


“다이어트라고 생각해요. 주차요원 알바는 헬스장 갈 필요도 없어요”
낮 최고기온 35도를 기록하며 연일 폭염경보가 이어진 지난 3일 오후 4시. 서울 송파구 모 대형쇼핑몰 지하주차장은 ‘불가마 찜질방’이었다. 쇼핑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주차장과 연결된 자동문을 열자 뜨거운 공기에 숨이 턱 막혔다. 덥고 습한 동남아시아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리는 느낌이었다.

지하 4층 수많은 차량이 내뿜는 엔진열기와 매연냄새 속에 땀을 뻘뻘 흘리며 수신호를 하는 앳된 얼굴의 고등학교 3학년 박모군(18). 박군은 여름방학을 맞아 쇼핑몰 주차요원 주말 아르바이트생이지만 이날은 평일인데도 인력이 모자라 긴급 투입됐다.

■금새 온몸 축축, 뜨거운 공기에 숨 '턱'
검은색 에쿠스 차량이 들어서자 박군은 흰 장갑을 낀 두 손을 현란하게 움직였다. 왼손을 가슴에 두고 오른손을 치켜 올린 뒤 주차방향을 가리켰다. 한 자리에 서서 수신호를 하던 박군은 곧 자리를 옮겨 주차공간을 일일이 확인, 밀려드는 차량을 빈 곳으로 인도했다. 쇼핑몰을 찾는 고객들 문의나 민원도 응대했다. 100m 정도 되는 ‘자기 구역’을 쉼 없이 돌다보면 온몸이 축축해지고 입안은 바싹 마른다.

눌러쓴 모자 밖으로 삐져나온 머리카락이 흠뻑 젖어있다. 박군은 연신 얼굴을 훔치며 동분서주했다. 장갑, 모자와 함께 몸에 맞지 않아 서너번 접은 긴 바지가 유난히 더워 보였다. 박군은 “주차요원 알바를 하면 살이 찌지 않는다”며 “헬스장에 갈 필요도 없고 그냥 다이어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근 모 대형마트 지하 3층에서 주차요원으로 일하는 김모군(18)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여름방학 용돈을 벌기 위해 알바를 시작했지만 무더위에 지쳐 관두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김군은 “함께 주차요원을 시작한 친구는 힘들다고 먼저 그만뒀다”며 “더위보다 더 힘든 것은 덥다고 짜증내는 손님”이라고 전했다. 이어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고객이 화를 낼 때면 죄송하다고 말하는 수 밖에 없지만 고객만큼 답답한 건 본인”이라고 덧붙였다.

주차장 천장에 송풍기가 달려 있지만 미지근한 바람이 불어올 뿐이다. 더위를 식히려 들고 온 얼음물은 얼마 지나지 않아 녹아 버렸다. 김군의 경우 다행히 한쪽에 이동식 에어컨이 있지만 조금만 떨어져도 더위는 그대로다. 김군은 “운 좋게 제 구역 벽면에 전기코드가 있다”며 축축해진 흰 장갑을 에어컨 바람에 말렸다.

[현장르포]“다이어트가 따로 없어요”…불가마 더위에 동분서주 주차장 알바
지난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모대형 마트 지하주차요원이 차량을 빈 주차공간으로 인도하고 있다./사진=최용준 기자

■매연에 고객 응대까지..중도 포기자 속출
본격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대형쇼핑몰·마트에는 인파가 몰린다. 일명 ‘몰캉스’(쇼핑몰과 바캉스의 합성어)와 ‘스테이케이션’(도심에 머물며 휴가를 보낸다는 뜻)으로 휴가 트렌드가 바뀌면서 에어컨 바람을 찾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평일인데도 지하주차장에는 빈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오전 11시만 되면 만차가 된다는 게 주차요원들의 설명이다. 차량이 많아질수록 지하주차장 온도는 치솟는다. 박군이 일하는 주차장은 평균 36도 이상이다. 박군은 “평소 2시간 동안 내 구역에 차량 30대 정도가 지나가지만 최근 1주일은 약 800대"라고 설명했다.

설상가상 지하주차장은 통풍이 되지 않아 고온다습한 열기로 꽉 막혀 있다. 실내와 연결된 자동문이 열릴 때면 간간이 상쾌한 공기가 느껴지지만 주차장 중간에 와서는 미지근하게 변했다.

주차요원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면 곧 녹초가 된다. 이들의 한 달 수입은 평일조의 경우 150만원, 주말조는 50만원 정도다.
보통 오전 10시부터 오후 7~8시까지 일한다.

서울 강남구 모 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근무하는 50대 정모씨는 “2시간 일하고 1시간 쉬지만 주차장이 커 휴게실로 가는 데만 10분 걸린다”고 말했다. 주차요원 용역업체 관계자는 “주차요원은 여름철 힘든 직업 중 하나”라며 “뜨거운 공기 뿐 아니라 매연과 고객 응대 스트레스 때문에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