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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의료비 절감에 31조, 돈은 누가 대나

재원 마련 방안 빠져 불안.. 5년 뒤 건보료 폭탄 우려

정부가 국민 의료비 절감대책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직접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를 원칙적으로 해소하고 고액 의료비로 인해 가계 파탄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63%에서 정체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80%에 한참 못 미친다. 국민이 해마다 내는 건강보험료는 늘어나는데 의료혜택은 제자리여서 불만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실제 한국의 가계 직접부담 의료비 비율(2014년)은 36.8%로 OECD 회원국 평균의 2배 수준이다.

정부는 비급여를 원칙적으로 없애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맞는 방향이다. 하지만 의도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지난 10년간 비급여 증가율(11.3%)은 급여 증가율(8.5%)보다 높다. 현재의 의료수가로는 적자라며 병원들이 비싼 비급여 진료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의료수가를 손보지 않고는 정책효과를 달성하기 어렵다.

이번 대책에는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라는 부제가 붙었다. 뒤집어 말하면 세금이 많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정부 추산으로 2022년까지 5년간 31조원 가까이 들어간다. 그러지 않아도 건보 재정은 위태위태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 노인 의료비가 급증하면서 건보 재정이 내년부터 당장 적자로 돌아서고, 20조원에 이르는 적립금도 2023년이면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런 상황에서 31조원의 추가 부담을 더 얹은 것이다. 하지만 재원 마련대책은 뚜렷하지 않다. 건보료를 추가로 더 걷겠다는 얘기도 없다. 건보 재정 누적흑자 20조원과 국고 7조원 지원, 비효율적 지출을 줄이는 게 고작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취지야 백번 옳지만 재정이 뒷받침돼야 지속 가능하다. 우선 그동안 정부가 보험료 예상수입을 고의로 적게 산정해 지원금을 줄였던 행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지난 10년간 이렇게 덜 준 지원금이 15조원이나 된다. 정부는 이제라도 재원 마련대책을 촘촘하게 짜길 바란다.
문재인정부 5년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건보 재정 적자는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데 젊은 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꼴이다. 국민에게는 5년 뒤 '건보료 폭탄'이 날아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