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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생닭 원가 공개한다고 치킨값 내릴까" 소비자·업계 시큰둥

닭고기 가격공시제 첫날, 치킨값에서 생닭 비중 낮아 부자재·임대료 영향 더 커

[현장르포]"생닭 원가 공개한다고 치킨값 내릴까" 소비자·업계 시큰둥


#. 서울 동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주부 김희원씨(51)는 생닭을 구매하려다 말고 머뭇거렸다. 이날 김씨가 구매하려던 생닭은 11호(1㎏)로 가격표엔 4550원이 적혀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지난달 31일자 대형마트 납품 생닭 가격은 3083원이다. 김씨는 "대형마트 닭보다 치킨 값이 더 안 올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하지만 인건비나 브랜드 값으로 나가는 비용이 더 붙을 텐데 생닭 값 공개가 그렇게 의미가 있나 싶다"고도 말했다.

치킨프랜차이즈나 업체나 대형마트에 납품되는 닭고기(생닭) 원가 공시가 시작된 가운데 실효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부터 전날 거래된 닭고기 가격을 다음 날 오후 2시에 확인할 수 있는 닭고기 가격 공시제가 본격 시행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프라이드치킨에서 원자재인 생닭 가격 비중을 감안하면 원자재 가격을 공개하더라도 부자재 가격이나 점포임대료 등 가격변수가 많은 만큼 별 의미가 없다는 게 이유다.

■소비자, 투명성 강화 '환영'-실효성은 '글쎄'

농식품부 홈페이지에 공시되는 가격은 하림, 마니커, 목우촌 등 육가공업체들이 농가에서 살아 있는 닭을 사들이는 평균가격(위탁생계가격)과 도축장에서 가공한 뒤 대형마트 프랜차이즈 등에 납품할 때 받는 평균가격(도매가격) 등이다. 그동안 육계협회에서 생닭 한 마리의 가격은 공개해 왔지만 도축된 닭의 판매가격까지 공시한 것은 처음이다.

주요 치킨프랜차이즈 업계의 기본메뉴인 프라이드치킨은 1만5000원에서 1만6000원 정도. 8월 31일 기준 프랜차이즈 업계에 납품되는 도계(가공된 닭)는 2665원(1㎏)이다. 이를 두고 각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는 "고시된 가격은 물류비.가공비 등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뺀 가격"이라는 주장이다. 500원에서 1000원 정도는 더 붙은 가격으로 거래된다는 얘기다.

한 치킨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워낙 생닭은 변동성이 커 가격을 공개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생닭값 공개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우리도 오해를 풀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생닭값보다 치킨값 인상에 있어서 더 문제가 되는 건 인건비.임대료 등 부차적인 부분"이라며 "요즘엔 배달앱 결제수수료만 마리당 11%가 나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치킨 한 마리가 1만6000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도계의 납품가격 비중은 16% 정도다. 한 치킨프랜차이즈 업체는 "유통마진 공개 등 정부가 시장 자율성에 많이 개입한다는 생각이 들어 시장가격 형성 원리가 우려된다"고도 입장을 전했다.

■업계 "효과 없는 시장지배적 정책"

자영업자들 역시 생닭값 공개가 가격안정에 별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다. 서울 중구의 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치킨은 집에서 튀기기 힘들기 때문에 고객들은 서비스나 수고로움 등을 감안해서 비용을 내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생닭값을 공개한다고 나머지 기름.파우더 등 다른 재료의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격 책정에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점주도 "임대료.배달앱 등이 더 문제"라며 "생닭값은 별로 생각해본 적 없다"고 전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생닭값 공개에 대해 "가격공시는 닭고기 값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가격 공시로 치킨프랜차이즈 업계가 가격인상을 시도할 때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농식품부에서는 "이번 닭고기 가격공시를 시작으로 의무 가격공시제, 축산물가격 의무신고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