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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영 칼럼] 부동산 정책이 성공하려면

아무리 정의로운 정책이라도 시장원리를 존중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 얻을 수 없어

[염주영 칼럼] 부동산 정책이 성공하려면

문재인정부 들어 부동산대책 발표가 잦아졌다. 출범 후 넉달 동안 세 번의 대책을 내놓았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고 했다. 주머니 속에는 분양가 상한제, 전월세 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재산.종부세 강화 등의 대책이 들어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차하면 이런 대책들을 내놓고 집값 잡기 전쟁에 나설 태세다.

부동산 투기 근절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읽혀진다. 그럼에도 걱정이 앞선다. 노무현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나 않을까 해서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2월 25일 취임 2주년을 맞아 국회에서 국정연설을 했다. "부동산 문제만은 투기와의 전쟁을 해서라도 반드시 안정시킬 것입니다. 투기 조짐이 있을 때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막겠습니다." '반드시'란 단어를 두 번이나 사용하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어 발표된 '8.31 대책'은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강화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하는 등 초강력 수단들이 총동원돼 부동산대책의 종결판으로 불렸다.

결과는 참담한 패배였다. 노무현정부 집권 5년간 전국 집값은 24%(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 기준) 올랐다. 5년간 24%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서울 집값은 40.5% 올랐고, 강남 아파트값만 따지면 64.2%나 폭등했다. 강남지역 내에서도 단지에 따라 상승폭이 큰 차이를 보여 인기 단지의 경우는 두세 배로 올랐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8.31 대책'이 나온 이듬해인 2006년의 집값 상승률이 이전 3년간에 비해 5배 가까이 높아진 점이다. 종부세와 분양가 상한제 등이 집값 폭등을 막기는커녕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투기꾼을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지 자체는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의지가 너무 강해서 탈이 난 것이 노무현정부 종합부동산세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종부세는 시행 초기에 했던대로 개인별 합산 방식을 고수했다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강경론자들에 떼밀려 세대별 합산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 화근이 됐으며 결국 이 부분이 위헌판결을 받았다. 종부세 위헌판결은 부동산정책 실패로 끝나지 않고 노무현정부에 국정운영 실패라는 낙인을 찍는 계기가 됐다.

투기억제 대책이 성공하려면 투기적 거래만 막고 정상적인 거래는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발표된 대책들은 투기와 정상거래를 구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단죄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 결과 부동산경기 위축→주택공급 축소→집값 상승의 악순환을 초래해 정책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자기변명을 넘어 실패 요인을 겸허하게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인위적인 가격규제는 부작용이 너무 커서 좋은 해법이라고 할 수 없다. 투기는 억제할 수 있겠지만 경기 위축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투기꾼 잡자고 전 국민을 경기 위축의 피해자로 만드는 것은 소탐대실이다.

시장과 전쟁을 벌여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과거처럼 정부가 경제를 주도할 수 있다면 모르되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벌써 여러 차례 긴급 처방이 나왔지만 결과가 신통치 못한 이유는 정부가 시장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투기를 잡아야 한다는 정의감에 충만한 나머지 시장을 우격다짐으로 굴복시키려 해서는 안된다. 정의감이 정책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