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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오감자극' 맥주, 아는만큼 맛있더라

오비 맥주 '비어 마스터 클래스' 가보니
역사.종류 등 이론부터 체험까지 한자리서 진행
블라인드테스트 이색 재미.. '맛없다'오해받는 韓맥주, 수입산과 맛 구별 어려워

[현장르포] '오감자극' 맥주, 아는만큼 맛있더라
지난 25일 서울 대학로 주점 비어할레에서 진행된 오비맥주 비어 마스터 클래스에서 김소희 차장이 맥주 관련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맥주와 와인 중 더 오래된 술은?"

지난 25일 서울 대학로 주점 비어할레 3층. 오비맥주의 비어 마스터 클래스에 강사로 나선 코어브랜드팀 김소희 차장이 한 참석자에게 물었다. 참석자는 "와인이 더 오래된 술 같지만 직감상 정답은 맥주"라고 답했다. 정답.

김 차장은 "맥주는 기원전 6000년 4대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보리를 재배하던 수메르인들로부터 유래했다"며 "발아 보리에 물이 닿아 발효된 것을 먹은 것이 시초. 와인은 약 기원전 5000년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최초 맥주 전문학교 '명성'

오비맥주 비어 마스터 클래스는 우리나라 최초의 맥주 전문학교다. 맥주의 기원부터 고대.중세.근대.현대로 이어지는 맥주의 역사부터 맥주의 종류, 맥주를 맛있게 먹는 법, 맥주 시음 및 블라인드 테스트 등 관련 지식과 함께 체험도 가능하다.

오비맥주는 2013년 3월 비어 마스터 클래스를 첫 개최한 이후 현재까지 약 713회, 총 1만7900명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현재는 주로 기관, 단체 등 15인 이상이 사전 신청할 경우에만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향후 일반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맥주는 크게 보리, 물, 효모, 홉 등 4가지 원료로 만들어 진다. 맥아는 보리의 싹을 틔운 것으로 제조과정에서 발효가 되므로 맥주는 포도주, 막걸리 등과 함께 발효주로 분류된다. 초기의 맥주는 거품이 없고 쉽게 상했지만 방부제 기능을 하는 호프를 넣기 시작하면서 맥주의 보관기관이 길어지고 거품이 풍성해졌다.

비어 마스터 클래스의 최대 장점은 맥주에 대한 상식 확장과 함께 다양한 시음 기회다. 약 2시간의 교육동안 참석자들은 총 10종류 이상의 맥주를 알맞는 방법으로 먹을 수 있다. 자연 발효로 식초처럼 시큼한 향을 내는 벨기에 람빅 계열 귀즈를 시작으로, 라즈베리를 첨가해 여성에게 인기가 많은 호가든 로제, 스텔라 아르투아 등 이다.

김 차장은 "각 맥주마다 전용잔을 사용해 맛있게 먹는 법이 따로 있다"며 "맛과 향이 강한 에일맥주는 아주 차갑게 먹는 것보다 상온에서 먹거나 손으로 맥주잔을 쥐어 향을 살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국 맥주 맛없다'는 100% 오해

이날 클래스에서 '한국 맥주는 맛없다'는 말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다양한 증거들이 나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특파원 출신인 다니엘 튜더가 "대동강 맥주보다 맛 없는 한국 맥주"라는 기사를 쓴 이후 '한국 맥주는 맛없다', '한국 맥주는 싱겁다'는 편견이 생긴 것이라는 것.

실제로 이날 총 5가지 맥주로 블라인드 테스팅을 진행한 결과 모든 참석자들이 맥주 맛을 잘 구별하지 못했다. 하이트, 프리미어오비, 하이네켄, 밀러, 아사히 등 총 5가지 맥주를 맛보고 가장 자신있는 2가 맥주만 구별하는 테스트였는데 10여명의 참석자 아무도 통과하지 못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1만여명이 넘는 참석자를 대상으로 5가지 맥주의 맛을 찾는 블라인드 테스팅을 한 결과 2번 연속으로 맞춘 사람은 7명 수준"이라며 "또 다른 실험에서 맥주의 브랜드를 보고 맛을 보는 경우와 브랜드를 가리고 맛을 보는 경우 참가자들의 평가는 전혀 달랐다.
즉 맥주맛의 차이는 높고 낮음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산 맥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벼운 맛의 라거는 전세계적인 추세다. 유로 모니터 등에 따르면 다른 음식과 잘 어울리는 가벼운 페일 라거 맥주의 시장 점유율은 약 70%에 달한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