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절도 年 1000건" 이완영 의원, 농식품부 질타
절도 단속 책임은 경찰청에
"근로.자녀 장려금 줬다 뺏어" 박명재 의원은 국세청 추궁
국고누수 막은 모범 평가도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중앙정부 부처를 억지춘향식으로 몰아붙이는 국회의원이 적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1일 정치권과 정부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은 전날 '농심 멍들게 하는 농.축산 절도 연간 1천건 넘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최근 5년간 농.축산물 절도로 인한 피해액이 565억원에 달하지만 농식품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농축산물 절도피해도 농식품부 책임"…경찰은?
이 의원은 "최근 5년간 농.축산물 절도 발생건수가 5318건, 연평균 1000건을 훌쩍 넘는다"며 "절도로 인한 피해액은 농.임산물의 경우 2012년 69억원이었던 것이 2016년 124억원까지 약 1.8배로 늘었고, 축산물 절도 피해액도 2012년 8억원에 불과하던 것이 2016년 17억원까지 2.1배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농산물 저장창고에 보관 중인 것을 절취하는 '곳간털이(505건)'보다 논.밭.노지 등에서 재배 중인 농작물을 털어가는 '들걷이(2216건)'가 4.3배나 더 많았다"며 "소, 돼지, 개, 염소, 닭 등의 축산물 절도도 5년간 2597건 발생, 연간 500건을 웃돌며 하루에 1.3건 이상 가축이 도난당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의 호통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점이다. 실제 이 의원은 "농식품부는 농.축산물 절도는 경찰청이 단속하고, 지자체가 예찰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그 책임을 농식품부에 물었다.
하지만 피해물품이 농.축산물이라고 해도 절도를 단속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임과 의무는 경찰청에 있다. 해당 통계의 출처도 경찰청이다.
농식품부의 주요 임무는 '농산.축산, 식량.농지.수리, 식품산업진흥, 농촌 개발 및 농산물 유통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것으로 현행 법은 정의하고 있다.
■미자격 장려금수급자한테 환수했는데…"줬다 뺏었다?"
기획재정위원회도 만만치 않다. 지난 9월 26일 국회 기재위 소속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은 '지난해 줬다 뺏어간 근로.자녀 장려금 34억원, 5765가구 평균 58만원씩 환수 당해'라는 자료를 배포했다. 국세청이 지난해 간편신청시스템을 도입한 후 환수금액이 늘어났다는 게 이 자료의 요지다.
박 의원은 "국세청이 근로.자녀 장려금을 지급한 후 부적격이 뒤늦게 확인돼 환수한 금액이 지난해 33억7000만원에 달했다. 국세청이 총 5800가구에 가구 평균 58만원을 다시 거둬간 셈"이라며 "2016년 근로.자녀 장려금 간편신청시스템 도입 후 전년 대비 환수 금액과 가구 수가 모두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근로.자녀 장려금은 저소득층의 근로와 출산을 장려하고자 마련된 제도다. 총소득.재산 등 일정 요건을 만족하는 가구여야 받을 수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간편신청시스템을 도입, 국세청 홈택스에서 연락처와 계좌번호만 입력하면 근로장려금을 신청할 수 있게 했고 올해는 애플리케이션(앱)과 자동응답시스템(ARS) 신청으로 확대했다. 신청이 간편해진 덕분에 장려금을 신청하는 가구가 늘었다. 동시에 '혹시나' 하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 신청한 가구도 증가했다. 실제 환수가구는 2015년 4600가구에서 24.1%, 환수금액은 33억3000만원에서 1.2% 늘었다. 만약 요건 미충족이라면 다시 국고로 환수하는 것은 국세청의 의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어떻게 보면 신청 편의를 높이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부당지급을 막아 국고누수를 막은 모범사례"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런데도 박 의원은 "신청 편의와 가구 수 확대에만 급급한 나머지 신청자격을 꼼꼼히 검증하지 않고 지급해 환수를 당한 저소득 가구들은 불편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감사에 임하는 일부 국회의원의 억지가 이처럼 심각한데도 정작 중앙정부 공무원들은 냉가슴만 앓고 있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가뜩이나 국감자료 요구에 몸살을 앓고 있는 마당에 괜히 심기를 건드려 '자료폭탄'이라도 맞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지금은 그저 앓느니 죽는 편이 낫다"고 토로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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