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74명의 특별한 단원들.. 음악 하나로 웃음을 찾은 아이들..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
세종꿈나무오케스트라는 매년 정기적인 연주회와 마스터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올해 진행한 대니 구와 함께 한 마스터클래스와 꿈나무오케스트라의 공연 모습. 지난 2014년에는 막심 벤게로프의 마스터클래스도 열렸다.(사진 위부터)
"함께하는 음악이 아동.청소년의 삶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수많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세종문화회관이지만 '세종꿈나무오케스트라'는 특별하다. 세종꿈나무오케스트라는 세종문화회관의 청소년예술활성화 사업의 하나로, '엘 시스테마(El Sistema)'와 뜻을 같이한다. '엘 시스테마'는 '시스템'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베네수엘라에서 시작된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오케스트라를 의미한다. 음악 교육을 통한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며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가 차고에서 빈민층 청소년 11명의 단원으로 시작해 지난 2010년 기준으로 190여개 센터, 26만여명이 가입된 조직으로 성장했다. '엘 시스테마'의 감동 스토리는 다큐멘터리 영화 '연주하고 싸워라'(2004년), '기적의 오케스트라-엘 시스테마'(2008년)로 알려지며 전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한국형 '엘 시스테마'의 대표주자로
세종꿈나무오케스트라는 40명의 단원으로 2010년 창단된 이후 8년 동안 꾸준한 활동을 펼쳐왔다. 초등학교 3학년생부터 고등학교 3학년생의 학생들로 이뤄진 단원은 현재 74명. 2010년 40명, 2011년 42명, 2012년 56명에서 국악단이 창단된 2013년 70명으로 늘어난 뒤 70~80명대의 단원을 유지하고 있다.
단원 대부분은 지역아동센터에서 보낸 청소년이고 학교 추천을 받아 합류하기도 한다. 매년 충원하지만 따로 오디션은 하지 않는다. 오직 필요한 것은 학생 자신이 얼마나 음악과 오케스트라를 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다.
이렇게 모인 아이들은 매주 수요일 저녁 5시부터 7시까지 연습을 하고, 1년에 한번 열리는 정기연주회에서 한 해 동안의 성과를 공개한다. 정기음악회 외에도 여러차례 음악회와 때로는 초청공연 무대에 서기도 한다. 지난 8월 열린 7번째 정기연주회는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공연으로 꾸며졌다. 차이코프스키 '1812년 서곡'을 비롯해 여름에 어울리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주제가 등 쉽고 귀에 익은 곡들로 구성된 이 공연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10대들로 구성된 세종꿈나무오케스트라와 20대의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함께하며 자연스러운 소통과 우정을 나눈 공연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었다.
8년간 꾸준히 활동해 왔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음악을 만나고 오케스트라로 성장해가는 과정은 어느 드라마나 영화 못지 않았다고 세종문화회관은 귀띔했다. 빠듯한 예산 속에서도 세종꿈나무오케스트라가 매년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을 비롯한 유수의 오케스트라 전.현 단원으로 구성된 강사진의 노력과 헌신에 있다. 화려하거나 생색을 낼 수 있는 일이 아님에도 악기 선정부터 1대 1 개인레슨, 멘토링 등 아이들의 꿈과 역량을 키우는데 최선의 역할을 하고 있다. BC카드, 오일뱅크, 해태, KFC, 현대자동차, 삼익악기 등 그동안 이뤄진 많은 기업들의 후원도 꿈나무오케스트라가 성장하는데 한 몫했다.
■졸업 단원이 강사로…유명 연주자도 재능기부
세종꿈나무오케스트라의 또다른 특징은 졸업한 단원이 후배 단원들의 악기 지도강사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다. 지금까지 총 10명의 졸업 단원이 배출됐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그동안 받았던 지원을 지도강사로 봉사하며 재능을 기부하는 것으로 돌려주고 있다.
세계적 유명 연주자도 강단에 서며 아이들의 꿈을 응원했다. 2011년에는 세계적 첼리스트 요요마, 2014년에는 러시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가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단원들과 만났다. 2013년에는 엘 시스테마 USA를 이끌고 있는 마크 처칠의 특별강연회도 있었다. 마크 처칠은 당시 강연회에서 2001년 창립된 엘 시스테마 USA를 이끌며 경험한 것들과 깨달은 것들, 무엇보다 순탄치 않았던 길 속에서 느꼈던 사명과 책임감을 공유했다.
올해는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함께 했다. 대니 구는 악기 연습방법, 음악을 대하는 자세 등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음악적 교감을 나눴다.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대표는 "세종꿈나무오케스트라는 한국형 '엘 시스테마'의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청소년 오케스트라"라며 "우리의 목표는 음악을 만나 밝은 웃음을 가지게 된 아이들이 앞으로도 건강한 마음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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