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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하자니 민간일자리 줄고… 文정부 혁신성장 정책 딜레마

로봇 확산땐 대량해고 공포.. 재정 털어 공무원만 늘릴 판

#.독일 스포츠용품 회사 아디다스는 최근 직원 600명이 하던 일을 단 10명이 할 수 있는 지능형 공장 '스피드 팩토리'를 세웠다. 이 공장은 로봇과 3D프린터가 결합해 소비자가 원하는 신발을 맞춤형으로 제작해준다. 연 50만켤레의 운동화를 생산하는데, 현장에는 10명의 직원뿐이다.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는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공장이다. 지금까지의 공장자동화가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생산시설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의미했다면, 이 공장은 제품과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작업방식을 결정한다.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는 상황이 현실이 된 것이다.

사례는 더 있다. 26일 외신 등에 따르면 월마트는 자동계산기계인 캐시360을 4700여개 매장에 투입했고, 홈디포도 거의 모든 매장에 자율계산대를 배치했다. 보석브랜드 티파니는 은에 광택 내는 일을 기계에 맡겼다. 일본엔 로봇 호텔이 성업 중이고, 7월 말 런던엔 인간 요리사가 없는 식당도 나왔다.

작년 7월 국제노동기구(ILO)가 로봇의 확산으로 향후 10~20년간 아시아 근로자 1억37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무맹랑한 전망이 아닌 탓에 피부로 체감하는 '공포'도 적지 않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5월 미국 전역에서 4000명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AI 개발에 대한 견해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2%는 자동차 운전, 직원 관리.감독, 노인 돌봄 등의 직무를 로봇과 컴퓨터로 자동화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일자리.소득주도.혁신성장 등 세 가지 키워드로 분류되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모순'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소득을 늘리는 동시에 중소벤처창업 등을 통해 혁신을 꾀하겠다는 구상이지만, 혁신이 거듭될수록 민간 일자리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청와대와 경제부처의 갖은 노력에도 양질의 일자리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고용동향을 보면 9월 취업자는 2684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1만4000명 늘었다. 다만 이 중 10만8000명은 건설업으로 일용직 노동자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정부 재정을 털어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전날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하고 당초 16만명보다 4만5000명이 많은 20만5000명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지역 한 사립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공공부문 일자리를 확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관건은 이 재원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라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