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10년만에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영국 가계와 기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BOE는 이날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인상했다. 영란은행은 9명의 통화정책 위원 중 7대 2의 표결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란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지난 2007년 6월 이후 처음이다.
BOE가 이번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은 목표치인 2%를 초과하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영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까지 올랐고, 10월 상승률 역시 3%를 웃돌 것으로 BOE는 전망하고 있다. 이날 BOE의 통화정책위원회는 향후 2년내 금리를 0.5%포인트 가량 추가 인상해야할 것으로 봤다.
금리인상은 특히 영국 가계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지불 이자를 늘리게 된다. BOE는 이번 0.25% 포인트 인상이 대출기관에 전달되면 평균 모기지 비용이 한달에 약 15파운드(약 2만원) 인상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모기지를 통해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영국 가정의 비율은 2000년 35%에서 현재 24%로 감소한데다 전체 모기지의 5분의 3이 고정금리라는 점에서 이들이 이번 금리인상으로 큰 피해는 입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레졸루션파운데이션의 매트 휘태커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의 주택 소유자들에게 이번 금리인상 효과는 대단하지 않거나, 무시할 수 있을 정도"라고 예상했다.
기업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기업대출이 변동금리를 포함하고 있어 가계에 비해 차입비용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영국 중소기업연합의 마이크 체리 회장은 "이번 금리 인상은 제품 가격 인상과 소비자 수요와의 갈등을 지속 중인 소기업들에게 더 큰 압박을 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FT 역시 기업의 대출비용 증가는 과거보다 순익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인상은 대출자에게 압박을 주는 것일 수 있겠지만, 여전히 역사적 평균을 감안할 때 저금리 기조라는 원칙은 아직 여전하다는 평가다. BOE가 2년내 0.5%를 더 올린다고 해도 겨우 1%로, 역사적 평균으로 봤을 때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시장 반응도 마찬가지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 해당국 통화가치는 올라가고, 국채 금리는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날 시장은 반대로 움직였다. 이날 달러에 대한 파운드값은 1.4% 하락했고 영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26% 떨어졌다. 금리인상이 장기적인 압박일 수는 있겠지만 당장은 소화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 시장 평가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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