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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세’ 도입 논의] 포항 지진에…‘고향세’ 도입 논의 급물살

법안 통과까지는 난항
고향 재정에 기부하는 제도 여야서 10개 법안 내놨지만 기부금 이전방식 놓고 충돌
지방선거용 전락 우려도

[‘고향세’ 도입 논의] 포항 지진에…‘고향세’ 도입 논의 급물살
도시민이 자신의 고향 재정을 지원하는 '고향세(고향기부제도)'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4개월 전 100대 국정과제에 고향세 도입 추진을 포함시켰고,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앞다퉈 발의되면서 10개 법안이 계류 중이다. 최근 포항지진으로 고향세 도입이 시급하다는 여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향세를 먼저 도입한 일본도 지난해 규슈지진 때 도시민의 고향기부가 쇄도한 선례가 있다.

현재의 열악한 지방재정으로는 재해지역의 빠른 복구가 힘든 만큼 고향세 제도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고향세가 실질적 지방재정 및 세수확충 기능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표 얻기'용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있어 고향세만으로는 실질적 지방재정 확충, 나아가 지방분권을 이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고향세 관련 발의 법안은 총 10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가장 많은 5건(이개호.김두관.홍의락.전재수.안호영 의원)의 법안이 발의됐고, 자유한국당 3건(김광림.박덕흠.강효상 의원), 국민의당 2건(주승용.황주홍 의원) 순이었다.

의원 발의가 많은 것은 고향세가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 광역.기초 지자체 243곳 중 재정자립도가 30%도 안 되는 곳이 64%(155곳)에 달할 만큼 재정불균형이 심각하다.

현재 의원 발의 법안들을 비교해 봤을 때 최대 쟁점은 고향으로 들어가는 돈의 이전방식, 즉 '기부금 이전방식'이다. '세액공제'와 '세입이전'으로 나눠진다. 기부금 세액공제의 경우 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기부금을 모집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정부가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를 해주는 형태다. 계류 중인 법안 상당수는 기부금 세액공제 방식을 담고 있다. 민주당 전재수.이개호.김두관 의원과 한국당 강효상 의원 등의 안이다.

기부금 세입이전 방식은 납세자가 소득세의 일정 금액을 자신이 지정한 지역의 세입으로 신청하면 자동으로 해당 지자체로 세액이 이전되는 방식이다. 한국당 박덕흠 의원, 민주당 홍의락 의원, 국민의당 주승용 의원 등이 지지하는 안이다. 현재 야권 일각에서 세입이전 방식으로 야당의 의견을 통일시키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정부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별도의 안을 제시하지 않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재 야권에선 지난 9월 27일 발의된 민주당 이개호 의원의 안을 사실상 정부안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안은 상당 부분 세금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보수야당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세금 환급은 결국 중앙정부의 국고지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의원이 고향세 제도와 비슷한 목적으로 지난 2008년 일본이 도입한 '고향납세제도'를 차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세수 증대에 도움이 됐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린 반면 야권에선 이를 사실상 실패한 제도로 보고 있어 의견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 통과 시기를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여당인 민주당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대략적 의견 조율을 마친 후 4월 지방선거 전인 내년 2월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야권에선 빨라도 내년 5월께나 가능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한 야당 관계자는 "고향세 도입은 공청회 등 숙성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올해 정기국회에서 오래 다루진 않을 것"이라며 "주도면밀한 '디자인' 없이는 과거 '쌀 직불금 파동'과 같은 사태가 터질 수도 있는 휘발성 강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