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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패터슨' 시 쓰는 버스운전사 이야기

[새영화] '패터슨' 시 쓰는 버스운전사 이야기

시를 쓰는 버스 운전사…. 관객들의 흥미를 단숨에 끄는 그런 영화 소재는 아닐 듯하다. 그런데 거장 짐 자무쉬(64)라는 이름과 어우러지면 독특한 매력을 풍기는 영화가 된다.

‘천국보다 낯선’ ‘커피와 담배’ 등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거장 반열에 오른 짐 자무쉬 감독이 ‘패터슨’으로 돌아온다. 미국 뉴저지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의 이야기다. 버스를 몰지만, 본업은 시인이다. 현대인의 필수품이라는 스마트폰도 없는, 시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버스 운전사의 일상을 담은 영화는 왠지 지루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흥미롭다.

감독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시적인 분위기는 여전하다. 감각적인 영상미와 함께 순간순간 번뜩이는 재치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해 버스를 몰고, 퇴근한 뒤 개가 밀어놓은 우편함을 원위치시키며 집으로 들어선다. 저녁을 먹고 나면 개와 함께 산책을 하고 술집에서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패터슨. 영화 속 그의 일상은 매일 같은 하루가 되풀이되는 무료하고도 절망스런 현실이다. 그래서 시는 그의 무료한 삶의 탈출구이자 무감각해지는 자신의 감성을 놓치지 않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마냥 단조로운 일상을 그렸지만, 자무쉬 감독은 그 속에서 ‘삶의 아름다움은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소소한 것들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새영화] '패터슨' 시 쓰는 버스운전사 이야기

평소 자신의 영화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 것’을 주문해왔던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답게 깊게 생각하기 보다는 평온하면서도 단순한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좋다. 시인을 꿈꿨을 정도로 평소 시를 좋아한 짐 자무쉬 감독이 20여년 전 초고를 완성한 뒤 오랜 세월에 걸쳐 틈틈이 이야기를 발전시켜왔기 때문인지 영화 속 패터슨이 써내려가는 시의 수준도 상당하다.


2016년 제69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일상을 예술로 끌어올리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극찬을 받은 ‘패터슨’은 그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 관객들과 처음 만났지만 정식 개봉은 지금까지 미뤄져왔다.

패터슨 역의 배우 아담 드라이버의 열연도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 인기 드라마 ‘걸스’로 익숙한 배우로, 최근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사일런스’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로건 럭키’ 등 유명 감독들의 러브콜에 이어 ‘스타워즈’ 시리즈의 빌런(악당)으로도 출연 중이다. 21일 개봉.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