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플래티넘 사기극'으로 드러난 '묻지마 투자' 실태
구글 트랜드로 하드포크 5종 관심도 비교한 결과... 한국에서만 유독 높아
손실된 시총 50조원 투자 근원지는 한국 가능성 높아
▲ 지난 18일(현지 시각) 가상화폐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이 시카고선물거래소(CME)에서 거래되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한국 고등학생이 개발에 참여한 비트코인 하드포크 ‘비트코인 플래티넘’(이하 플래티넘)이 사기극에 휩싸이며 시장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당시 시장은 5종의 비트코인 하드포크 출시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대거 사들이면서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던 중이었다. 하드포크(Hard Fork)란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새로운 가상화폐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들은 앞서 출시된 △비트코인 캐시 △비트코인 골드와 같이 하드포크하기 전에 비트코인을 갖고 있으면 파생된 새 코인을 덩달아 받는 점을 노렸다.
이 중 가장 먼저 출시가 예정돼 있던 하드포크가 플래티넘이었다. 그러나 출시 예정일인 10일 개발진은 돌연 트위터에서 “치명적 오류가 생겨 출시가 연기됐다”고 2차 연기를 안내하는 글을 올렸다. 뒤이어 "앙 숏 개꿀띠"라는 짧은 급식체가 올라오면서 우리나라 가상화폐 시장을 순식간에 '멘붕'에 빠트렸다.
그사이 비트코인의 시세는 1779만원까지 치솟았다 급기야 1450만원으로 곧두박질 쳤다. 시가총액 50조원이 증발한 것이다. 항간에는 이 고등학생들을 두고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 친 희대의 사기꾼', '목숨이 위험한 상황' 이라는 등 무성한 말들이 오갔다. 사건은 아직도 미제로 남겨 있다.
그러나 정작 50조원이 증발한 상황에서 시장의 폭락 원인과 대응 과제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부족했다. 현재는 비트코인 시세가 손실액을 상회할 만큼 다시 크게 올라 그 의미가 퇴색됐지만, 당시 고점에 매수해 피해를 본 이들은 누구였을까.
▲ 전 세계 비트코인 하드포크 5종의 구글 트랜드 관심도 비교 결과. 사건이 일어나기 전인 9일까지 비트코인 실버의 관심도가 가장 높았다. /사진=구글 트렌드 캡처
▲ 전 세계 비트코인 하드포크 중 5종의 구글 트랜드 관심도 비교 결과. 비트코인 플래티넘의 관심도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서만 높은 상황이었다. 이 중에도 가장 높은 곳은 충남이었다. /사진=구글 트렌드 캡처
20일 구글 트랜드를 통해 비트코인의 주요 하드포크인 ‘슈퍼 비트코인’(Super bitcoin), ‘라이트닝 비트코인’(Lighting bitcoin), '비트코인 갓'(Bitcoin GOD), '비트코인 실버'(Bitcoin silver)와 문제의 ‘비트코인 플래티넘'(Bitcoin platinum) 등 총 5 종목을 11월 1일부터 12월 10일까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심도를 비교한 결과, 유독 한국에서만 플래티넘의 관심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1일은 비트코인 플래티넘이 공식 도메인을 등록하고 홈페이지를 열었던 날이다.
구글 트렌드의 지역별 관심도는 일정 기간 해당 검색어가 어느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지를 보여준다. 관심도가 직접적인 투자로 이어졌을 거라 단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지역에서 발생한 관심도가 주요 이슈의 시발점이자 이에 따르는 후속 영향력으로 뻗칠 수 있는 만큼 관심도가 높은 지역에서 투자가 일어났을 거라 가정할 수 있다. 따라서 손실된 투자액의 상당액이 한국이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 세계에서 9일 기준 비트코인 하드포크 5종목 중 가장 관심도가 높은 코인은 비트코인 실버였다. 2위는 슈퍼 비트코인이며 3위 라이트닝 비트코인이었다. 비트코인 플래티넘과 비트코인 갓은 매우 낮은 관심도를 보였다.
특이점은 지역에서 갈렸다. 지역별로 유독 한국에서만 비트코인 플래티넘이 압도적인 관심도를 보였다. 이외에는 홍콩·남아프리카 공화국·싱가포르 등이었지만, 한국의 관심도를 100으로 본다면 이들 국가의 관심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충남 지방에서 관심도가 가장 높았으며, 뒤이어 서울>부산>경기도 순이었다.
이와 달리 비트코인 실버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국가는 미국·캐나다·인도·영국 등 전 세계 10개 국가다. 슈퍼 비트코인은 프랑스·이탈리아·오스트레일리아·브라질 등 10개 국가, 러시아·노르웨이는 비트코인 갓에 가장 높은 관심도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들 국가 모두 단일 종목에 큰 관심도를 보이는 지역은 없었다.
더욱이 해외에선 이미 비트코인 플래티넘을 ‘스캠 코인’(Scam, 사기 가상화폐)으로 규정지은 흔적을 볼 수 있다.
10월 25일 전 세계 개발자와 투자자가 뒤섞여 가상화폐에 대해 토론과 최신 정보를 공유하는 웹사이트 ‘비트코인 포럼’에는 아이디 ‘shoeonyourhead’가 비트코인에서 분산된 새로운 코인이 만들어질 거라며 플래티넘을 소개했다.
▲ 10월 25일 가상화폐에 관심있는 전 세계 네티즌이 모인 'Bitcoin Forum' 웹사이트에 소개된 비트코인 플래티넘. 하지만 이곳에서 비트코인 플래티넘은 싸늘한 반응을 받았다.
이에 해외 네티즌들은 초기 반신반의한 반응을 보이며 진짜냐, 가짜냐 토론이 이어졌다. 이에 글쓴이가 ‘100% 진짜’라면서 강조했지만, 분위기는 오히려 스캠 쪽으로 기울였다. 네티즌들은 자세한 정보를 요구했지만 글쓴이가 더 이상 반박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스캠으로 굳어진 분위기였다.
한 사용자는 “그다지 창의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럴듯한 스캠이다.
나는 이것이 분명 누군가를 속일 거라 확신한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비트코인 골드(금)에 이어 플래티넘(백금), 실버(은), 다이아몬드도 나오고 나중엔 브론즈(동), 텅스텐도 나오겠네. 하하”라며 조롱 섞인 글을 남기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캐치하지 못한 한국인과 극소수의 외국인들만이 플래티넘의 출시를 기대하면서 비트코인 매수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 가상화폐 개발자는 “플래티넘의 소스코드를 살펴보니 비트코인 골드에서 약간의 내용을 변경해 그럴싸하게 만들어놨다”라면서 “개발자와 소스코드도 확인 없는 전형적인 ‘묻지마 투자’의 해프닝쯤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