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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강남 때리니.. 마·용·성 들썩

서울 마포.용산.성동구 부동산시장
강남 대기수요자 몰려 한달새 집값 급등… 매물 사라져

[현장르포] 강남 때리니.. 마·용·성 들썩
서울 성동구 한 중개업소. 매매 매물 대신 전월세 매물 관련 전단지만 걸려 있다. 강남 접근성이 좋아 출퇴근 수요까지 몰리며 집값이 뛰고있다. 사진=윤지영 기자

"옥수동은 성동구지만 다리만 건너면 강남이잖아요. 그렇다보니 기존 수요에 강남 수요까지 겹쳐서 한달 만에 7000만원 넘게 뛴 아파트도 있어요."(서울 성동구 M중개업소 대표)

"남향, 북향요? 요새 그런 거 따지다가는 마포에서 집 못 삽니다. 하나라도 (매물이) 남아 있을 때 먼저 잡는 게 답입니다."(서울 마포구 Y중개업소 관계자)

정부가 서울 강남권 주택시장을 겨냥한 압박의 고삐를 바짝 죈 가운데 이번에는 서울 마포구.성동구.용산구 등 이른바 '마용성'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성동구 매매가 평균 상승률은 0.51%로 서초구(0.58%)와 비슷한 수준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최근 급등한 강남 집값에 부담을 느낀 강남 대기수요자들이 강남 접근성이 좋은 마용성을 '제2의 강남 대체재'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 한달 새 손바뀜만 두번

7일 서울 성동구 옥수동 한 중개업소. 평일 오후시간인데도 중개업소 관계자 3명은 쉴새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응대하느라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문의전화에 비해 실제 거래로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중개업소 대표는 "전용면적이 작을수록 귀한데, 한 아파트당 나온 매물은 최대 2건 정도"라면서 "나온 매물도 없는 데다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급매물 대기'만 걸어놓고 전화를 끊는 매수 희망자들이 많다"고 했다. 이어 "지난달 말 거래됐던 아파트와 같은 전용면적인데 한달도 안돼 1억원 안팎으로 가격이 달라지다보니 당황스럽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특히 옥수동은 강남 접근성이 좋다보니 최근 '강남권 출퇴근 수요'까지 몰리면서 집값이 더 높아졌다. 지난달 9억3000만원에 거래됐던 e편한세상 옥수파크힐스 전용면적 59㎡는 현재 매물도 없고 호가만 계속 뛰고 있다. 호가는 10억원 선이다. 지난해 12월 8억7500만원에 거래됐던 래미안 옥수리버젠 전용 59㎡의 현재 호가는 1억원 넘게 오른 9억7000만원이며 이마저도 매물이 거의 없다고 한다.

서울숲 인근에 위치한 성수동 성수현대아파트 전용 59㎡는 현재 매물이 1개밖에 없다. 국토부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전용면적은 지난해 12월 6억5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이 전용면적과 비슷한 층의 매물은 6억7000만원에 나와 있다. 단지 인근 D중개업소 관계자는 "지식산업센터 등 랜드마크 건물이 늘다보니 성동구가 요새 올라도 너무 올랐다"면서 "근래 상한가를 찍은 모습"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행당동 일대는 중소형 면적 위주로 구성된 아파트가 많은데 전용 59㎡와 전용 84㎡는 각각 최소 6억원 중반, 7억원 후반 정도는 생각해야 매매가 가능하다고 중개업소 관계자는 설명했다.

■마포.용산, 10억원 이상 아파트 수두룩

직주근접성이 뛰어나 일찌감치 '준강남 지역'으로 평가받아온 마포구나 용산구도 상황은 비슷하다.

마포구 S공인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공덕더샵 전용 84㎡는 현재 매매가능한 물건이 단 하나도 없다"면서 "호가만 12억원대"라고 고개를 저었다.

전날까지 '거래 가능' 매물이었던 공덕파크자이 전용 84㎡ 는 이날 '매도 보류'로 바뀌었다. 이 중개업소 관계자는 "11억5000만원에 공덕파크자이 전용 84㎡가 나왔는데 (집주인이) 갑자기 안 팔겠다고 한다"면서 "(집주인이) 12억원대를 생각하는 눈치"라고 귀띔했다.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아파트의 경우 준공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대부분 10억원(전용 84㎡ 기준)을 넘어섰다. 공덕동 인근 G공인 관계자도 "강남은 이미 집값이 너무 비싸진 데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에 따라 투자 가치 하락이라는 위기감도 있다보니 마포 쪽으로 수요자들이 몰리는 것 같다"고 했다.

한남뉴타운 형성 등 각종 개발호재가 있는 용산구도 아파트당 매물을 2건 이상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달 8억원 선에 거래됐던 한강로벽산메가트리움 전용 84㎡는 현재 호가만 12억원에 형성됐다.


■2020년까지 거뜬 vs. 단기 가격급등으로 가격조정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마용성의 집값 열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조현욱 더굿경제연구소 부사장은 "지난해부터 강북 한강변은 3.3㎡당 최고 9000만원까지 오를 거라는 이야기가 나온 만큼, 한강변 조망이 가능한 마용성은 아직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셈"이라면서 "정부의 '강남때리기' 정책을 피해 이동하는 수요자까지 고려하면 오는 2020년까지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양 소장은 "마용성도 강남 못지않게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한 곳이라 분위기가 과열됐다"면서 "양도세를 피하려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기 시작하면 오는 3월부터는 거래량도 줄고 가격도 조정받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