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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원 vs. 6억원..강북에 같은 면적 아파트 2배이상 차이

같은 강북에 같은 면적 아파트인데 2배이상 차이…양극화 심해지는 집값

13억원 vs. 6억원..강북에 같은 면적 아파트 2배이상 차이

"20년 전 도봉구 쌍문동 집값은 분당 집값과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다. 그간 급등하는 분당 집값을 보면서 씁쓸했지만 그러겠거니 했다. 하지만 최근 길음을 지나 시내로 갈수록 강북 내 집값의 오름폭이 더 커지는 걸 보면서 대체 내 집값은 언제쯤 물가상승률 이상 오르나 하는 허탈한 마음이 든다."-서울 도봉구 쌍문동 주민 박모씨(61)

서울 강남-강북 아파트값 양극화를 넘어 강북 내에서도 집값의 격차가 두 배 이상 벌어지는 곳이 크게 늘고 있다. 실제 현재 종로구 교남동 경희궁자이 전용면적 84.94㎡ 한 채 값이면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롯데캐슬 두 채를 살 수 있는 상황이다. 또 성동구의 왕십리뉴타운 아파트 한 채면 은평구 은평뉴타운 같은 면적의 아파트 두 채를 사고도 돈이 남는다.

■서초구 추월한 성동구 '왕십리뉴타운'…은평뉴타운은 왜?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일 왕십리뉴타운 센트라스 1, 2차 아파트 전용면적 84.96㎡(15층)가 실거래가 1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8억2000만원에 팔렸지만 11월 9억6500만원까지 올랐다. 올해엔 9억원 중후반대로 거래되다가 10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강남 집값 급등의 불씨가 강남과 인접한 강북으로 옮겨붙었다는 것이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왕십리뉴타운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강남권에 규제를 가하면서 뉴타운이나 도심 접근성이 높은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투자 열기가 옮겨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정부의 8.2대책 이후 이달 9일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7.63% 올랐다. 송파(13.18%).강동(11.01%).강남(10.96%).서초(9.22%) 등 이른바 '강남4구'가 급등했다.

하지만 최근엔 강북이 더 뜨겁다. 실제 성동구는 9.74% 올라 서초구를 추월했다. 광진구도 8.98% 치솟았다.

그러나 같은 뉴타운이라고 해도 사정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은평뉴타운이 그렇다. 이곳은 왕십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올해 1월 17일 은평뉴타운상림7단지푸르지오 전용면적 84.79㎡(4층)는 4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달 1일엔 4억5000만원(1층)에 팔리기도 했다.

이런 격차의 원인을 전문가들은 '강남 접근성'의 차이로 해석했다. 실제 성동.광진구는 한강만 건너면 강남.송파구다. 양지영 R&C 소장은 "강남의 교육, 문화 등의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느냐의 문제다. 신도시만 봐도 강남과 가까운 분당, 강북과 가까운 일산의 가격차이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물가상승률도 못 따라가는 도봉구가 투기지역?"

하지만 종로구나 강북구의 집값 차이를 감안하면 비단 강남과 접근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실제 종로구 경희궁자이 전용 84.94㎡의 경우 이미 작년 7월 10억4800만원에 거래가 됐다. 2017년 초 입주한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약 7억5000만원이었다. 최근에는 13억원에 거래됐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경희궁자이는 1년도 채 안돼 이처럼 급등하자 주민들의 담합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인근 중개업소에선 "얼마 전 전용 84㎡를 직접 13억원에 중개했고, 이후 13억5000만원에 매물을 내놓는 이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똑같이 2017년 초에 입주한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롯데캐슬은 올 1월 6억원에 팔렸다.

경희궁자이 한 채면 꿈의숲롯데캐슬 두 채를 살 수 있는 것이다. 비단 강북구뿐 아니다. 서울시내 변두리의 대부분 자치구가 비슷하다. 실제 8.2대책 이후 서울 금천(2.03%).도봉(2.27%).은평(2.56%).중랑(2.59%).강북(2.6%).성북구(2.74%) 등은 여전히 2%대의 상승률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강북 양극화가 당분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함영진 부동산114센터장은 "강북은 교통이 핵심이다. 오피스시장의 도심권(CBD)에 가까운 종로, 사대문, 용산이나 여의도 등과의 거리가 집값을 좌우한다"며 "현재 강북 집값은 양극화를 넘어 '초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서울 변두리 지역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박모씨는 "'응답하라 1988' 속 도봉구 쌍문동은 2018년에도 여전히 그대로다. 강북 메카가 된다던 창동역사는 십수년째 그대로"라며 "이런데도 정부는 도봉구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고 성토했다.

한편, 강남4구를 제외한 나머지 서울시 21개 자치구의 평균 상승률은 4.55%로 이를 웃돈 곳은 성동구(9.74%), 광진구(8.98%), 양천구(7.51%), 동작구(6.84%), 마포구(6.60%), 영등포구(5.87%), 중구(4.75%), 용산구(4.74%), 서대문구(4.66%), 동대문구(4.59%) 등 11곳이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