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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선거연대 '손사래'..속으론 묵시적연대 '간보기'

겉으론 선거연대 '손사래'..속으론 묵시적연대 '간보기'

6월 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두고 각 정당들간 '낮은 수준'의 연대론이 솔솔 제기되고 있다.

아직 각 당이 자체 경선조차 진행하지 않은 데다 통상적으로 선거 목전에 후보단일화 내지는 정책 및 선거연대 등이 다양한 합종연횡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속내를 내비치지 않은 채 조심스런 탐색전 수준이다.

국민의당에서 분리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각각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과 공조하는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이념.정책 놓고 연대 간보기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념과 정책노선 등으로 비교적 '교집합'이 많은 정당끼리 선거 유불리와 정체성 등을 감안해 점차 본격적인 연대에 앞선 간보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일단 바른미래당과 민평당 지도부는 이 같은 연대설을 적극 부인하며 선을 긋고 있다. 창당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독자노선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다. 그럼에도 일부 당 관계자들 사이에선 묵시적 연대를 암시하는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이라고 강변하는 자유한국당과 연대는 0.001%도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박지원 민평당 의원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간 선거연대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선 “호남 지역주의 선동에 이은 ‘흑색 마타도어’로 바른미래당 정체성에 타격을 가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비판했다.

조배숙 민평당 대표도 민주당과의 연대설을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조 대표는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지방선거 연대설과 관련 “전혀 그럴 생각도, 계획도 없다”며 “호남에서 지금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이 있지만, 막상 선거에 들어가면 일대일 구도로 치열하게 다투고, 그 분위기를 저희가 이끌어 가리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양당 관계자들 사이에선 선거연대가 ‘절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 바른미래당 한 관계자는 “당대당으로 공식 선거연대는 하지 않더라도 지역 후보들끼리 자체적으로 힘을 합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연대가 이뤄지는 핵심 고리는 서울시장 후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는 대신 경기·인천 등 지역에 무공천을 약속하는 방식의 시나리오다.

서울시장 선거 연대 '바로미터'
현재 바른미래당에서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고심 중이다. 한국당에서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김용태 의원 등이 거론된다.

한국당으로선 당선이 유력한 출마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바른미래당에 양보하고, 남경필 경기지사와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란 판단이 나올 수 있다.

다만 한국당도 아직까진 선거연대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야권연대설에 대해 “미니 정당과의 연대는 없다”며 여러차례 부인한 바 있다.

민평당과 민주당간 선거연대를 암시하는 발언도 최근 이어진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합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여러 가지 반대도 많이 있다"며 "대화를 많이 해서 양당 내에 있는 반대를 좀 무마시키고 합치는 과정을 밟아야 할 것이며, 그것이 정도"라며 연대 필요성을 공식 제시했다.

민평당 의원들도 민주당과 연대설을 짐작할 수 있게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바른미래당이 자유한국당과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발언해 민주당과 연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천청배 의원은 한 언론인터뷰에서 "민평당과 민주당의 정체성을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다"며 "민주당을 탈당한 것은 노선이 아니라 패권주의에 반대했기 때문이었다"고 언급했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