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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제 발등 찍는다" 美서도 연일 트럼프 비판

"한국과 무역싸움은 무례" 우호 여론 적극 활용하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한 통상압박 정책이 미국 내에서조차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잇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 WSJ와 WP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보수 여론을 대변해온 신문들이다.

WP는 21일(이하 현지시간) 사설에서 "북핵 해결을 위해 한국 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들을 상대로 무역싸움을 건 것은 무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안보를 보호무역의 구실로 사용하는 것은 상대국의 보복을 유발할 것"이라고 했다. 미 상무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해 한국산 철강에 53%의 관세 부과를 제안한 것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이에 앞서 WSJ는 19일 '미국 노동자를 벌 주는 방법(How to Punish American Workers)'이란 제목으로 사설을 실었다. 상무부 권고안이 미국 노동자에게 이익이 아니라 손해라는 내용이다. 자동차 등 내수 제조업의 생산비 증가로 공장 해외이전을 유발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2년 사례를 예로 들었다. 당시 한국.일본.유럽연합(EU)산 철강에 고율관세를 물렸으나 철강 소비업계에서 일자리 20만개가 사라졌다. 특히 오하이오,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러스트벨트 지역에서 피해가 컸다. 미국 철강업계 노동자는 14만명에 불과하지만 철강 소비업계 노동자는 16배나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과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러스트벨트의 지지층을 규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내 여론이 이처럼 부정적인 것은 제 발등 찍기가 될 위험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가 철강 수입규제안을 발표한 지난 16일 포드와 GM 등 미 자동차업체 주가가 폭락했다. 러스트벨트에서 발행되는 디트로이트뉴스조차도 "보호무역이 제조업 생산비를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한 무역보복을 쉽사리 걷어들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더라도 미국 내에 조성되는 트럼프식 통상정책 반대 여론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미국은 여론이 지배하는 나라다.
미국의 아킬레스건인 미국산 쇠고기를 대항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모든 저항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무역보복 수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