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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평창올림픽 성공, 그 뒤엔 기업들이 있다

고가 장비·시설 전방위 지원.. 합당한 평가 받을 자격 있어

25일 화려하게 막을 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두고 찬사가 쏟아진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폐막식 연설에서 "스포츠가 어떻게 사람들을 뭉치게 하는지를 보여줬다. 동계올림픽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말했다. "문제가 없는 게 문제"라며 외신 반응은 더 뜨겁다.

더 반가운 소식은 흑자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이다. 당초 평창올림픽은 대규모 적자가 예상됐다. 기업 후원이 줄고 국민의 관심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 올림픽에 투입한 정부 예산은 14조원이 넘는다. 이 가운데 도로.경기장 등 인프라 비용을 뺀 대회 운영비만 2조8000억원이다. 올림픽조직위원회는 개막 직전까지만 해도 500억원대, 1년 전만 해도 3000억원대 적자를 예상했다. 빚잔치까진 아니지만 흑자는 언감생심이었다.

상황이 바뀐 것은 선수들의 선전 속에 관중이 밀려들면서다. 강추위 속에서도 묵묵히 할 일을 다한 1만7000여 자원봉사자의 힘도 절대적이다. 물론 '수입 내 지출'이라는 원칙을 세워 최대한 검소하게 행사를 치른 조직위에도 박수를 보낸다. 실제 평창의 개.폐막식 비용은 600억원으로. 4년 전 러시아 소치올림픽의 10분의 1 수준이다.

흑자전환 기반을 마련한 건 기업들의 적극적인 후원 때문이다. 조직위는 당초 민간기업과 공기업 후원금 목표를 9400억원으로 잡았지만 18% 늘어난 1조1123억원이 걷혔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기업 후원금과 자발적 기탁금이 늘어나고 관객이 늘면서 흑자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이뿐이 아니다. 이번 올림픽에선 스켈레톤, 컬링, 봅슬레이 등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종목에서도 놀라운 성적이 나왔다. 기업들이 고가 장비와 시설이 필요한 종목들을 전방위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썰매 황제' 윤성빈의 탄생 뒤에는 LG전자.CJ제일제당이 있었다. 이들은 바퀴 달린 썰매로 훈련하던 스켈레톤팀에 장비와 국내외 전지훈련 등을 지원했다. 현대자동차는 기술력을 활용한 첨단 봅슬레이 썰매를 개발해 지원했다. 컬링 신화의 뒤에는 2012년부터 대한컬링연맹에 훈련비 100억원을 지원한 신세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기업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최순실 사태 이후 기업들이 괜한 오해를 살까봐 몸을 움츠렸다. 올림픽 스폰서로 참여하고 표도 샀지만 개.폐막 행사에 기업 총수들이 불참하고 마케팅을 펼치지 못했던 것도 그런 이유다.
오죽하면 미국 뉴욕타임스가 "한국 기업이 평창올림픽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고 보도할 정도다. 물론 정부가 기업을 의도적으로 배제하진 않았겠지만 기업 홀대론이란 뒷말도 나온다. 기업들은 정당한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