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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트럼프 말과 달리 미 경제에도 재앙"

"무역전쟁, 트럼프 말과 달리 미 경제에도 재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무역전쟁은 미국에 좋으며, 미국은 쉽게 이길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이는 세계 경제 뿐만 아니라 미 경제에도 재앙을 몰고올 것으로 우려됐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물릴 경우 미국 제품에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해 무역전쟁이 현실화 될 것임을 예고했다.

CNN머니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관세를 물리거나 수입에 장벽을 만들면 상대방의 보복을 불러 무역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전세계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최악의 경우 전세계 경기침체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1929년 전세계를 휩쓴 대공황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보호주의 무역을 꼽고 있는 이유다.

또 경제학자들은 무역전쟁에서는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보호무역론자인 피터 나바로 무역보좌관을 다시 중용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 무역전쟁을 사양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나타냈다.

그렇지만 무역전쟁은 세계 경제 뿐만 아니라 미 경제에도 치명적인 해악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가격 상승이다.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물리면 자동차부터 가전제품, 포장식료품에 이르기까지 철강이나 알루미늄을 쓰는 거의 모든 공산품 가격이 뛸 수밖에 없다.

관세가 당장 수입 감소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미 알루미늄 업계는 수입을 대체할만큼 충분한 생산능력이 없다고 시인하고 있다.

결국 미국에는 값이 오른 외국산 알루미늄이 그대로 공급되고, 미 알루미늄 업체들은 외국산 가격 상승에 힘입어 덩달아 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알루미늄 소비 기업과 소비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다.

무역전쟁은 미국의 고임금 일자리 상실도 부른다. 철강, 알루미늄 일자리가 늘 수는 있겠지만 해외 수출업종은 외국의 보복관세 직격탄을 맞아 수출이 타격을 입으면서 미국내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미국은 자동차 부품 600억달러어치, 민간 항공기 560억달러어치, 자동차·트럭 520억달러어치, 의약품 510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게다가 지금 2430억달러 흑자를 내는 서비스업 역시 보복에 직면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경제의 주력이 바뀐 미 경제는 무역전쟁의 불똥을 피할 수 없다.

미 금리상승도 뒤따를 수 있다.

막대한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낮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대미흑자를 바탕으로 한 외국의 미 국채 보유에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미 국채 1270억달러어치를 더 사들여 1조달러 넘게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대미 무역흑자가 줄어들 경우 달러 보유액이 그만큼 줄기 때문에 미 국채 보유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 등 미 교역상대국들이 같은 이유로 미 국채를 내다팔기 시작하면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이 뛸 수밖에 없고, 미 금리는 치솟는 것이 불가피하다.

한편 EU는 보복을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장 클로드 트리셰 EU 집행위원장은 미국이 관세를 강행할 경우 미국산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리바이스 청바지, 미국산 버번 위스키 등에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이들 제품이 미국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미 주요 정치인들의 지역구를 기반으로 하는 업체들로 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의미도 있다고 전했다.

할리 데이비슨은 본사가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의 고향인 위스컨신주에 있고, 버번 위스키는 공화당 상원 지도자인 미치 매코넬 의원 지역구인 켄터키주의 대표 상품이다. 리바이스는 본사가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지도자 지역구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콘에 있다.

전면적인 무역전쟁은 피하면서 정치적 압박은 최대한도로 높이는 전략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반면 중국은 일단 차분한 모양새다.

악사 투자운용의 아시아 신흥시장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 야오 아이단은 CNN머니에 "중국은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대신 중국은 미중 관계 관리를 원한다"고 말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도 중국의 보복은 낮은 수준에서 이뤄지고, 아마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상응한 보복에서 그칠 것이라면서 대신 중국은 "미 보호주의에 맞서 자유무역의 수호자라는 명성을 누리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분석업체 게이브칼의 파트너인 아서 크로버는 트럼프가 노리고 있는 중국은 관세 부과로 직접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신 미 동맹인 한국, 일본, 독일, 대만, 브라질 등이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