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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경제책사 류허, 미·중 무역협상 빈손 귀국?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미국의 수입산 철강 관세부과 강행 의지에 중국의 반격 카드가 주목받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 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지난 3일 미국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돌아왔다. 방미 기간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수입산 철강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키로 하면서 중국을 비롯해 캐나다, 유럽연합(EU) 등과 극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무역제재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류 주임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무역분규 해소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가 분명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는 류 주임이 방미 기간 다음 단계 협력을 위한 조건을 마련했다고 답했으나 미국의 수입산 철강 관세 부과 계획에 항의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류 주임은 방미 기간 동안 양국이 협력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대결하는 방식으로 무역마찰을 처리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으며 가까운 시일내 베이징에서 관련 문제에 대해 다시 협의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 주임의 이번 방미 행보는 향후 미중간 무역분쟁의 중국측 키를 쥘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류 주임은 5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금융과 경제를 총괄하는 부총리 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이며 왕양 부총리가 맡았던 중·미 경제 대화도 책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협상을 통한 무역분쟁 해소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의지가 고조되면서 중국내 여론도 격해지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트럼프 정부는 '21세기 관세 장성(長城)'을 쌓고 있다"면서 "(미국의 결정이) 미국에 알루미늄과 철강을 수출하는 기업에 손해를 끼쳐 관련 국가들이 보복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매체는 또한 "또 한편으로는 미국 내 건설 원자재와 자동차 등 산업의 원가를 상승시켜 최종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미국을 겨냥한 각종 맞대응 카드를 구사하는 데 신중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의 경제규모가 이미 미국의 보복 충격을 흡수할 정도로 커진 상황이어서 오히려 자유무역 질서를 주도하는 명분 쌓기에 나설 것이란 설명이다.

이와 관련, 경제 분석 업체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연초 보고서에서 "중국이 WTO 제소, 반덤핑 보복 관세 등을 꺼낼 수 있겠지만 반격 조치가 억제될 수 있다"면서 "미국의 보호무역에 맞서 중국이 스스로를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부각시키는 게 더 많은 명분상 이득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jjack3@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