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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유럽車 관세 위협..경제학자 "美경제 부메랑 될것"

美-EU 무역전쟁 전운 고조
EU도 美상징브랜드 정조준..美, EU수출 연간 35억달러
관세폭탄 美 공산품값 올려..미국 금리급등 불가피해져 글로벌 경기침체 부채질

트럼프, 유럽車 관세 위협..경제학자 "美경제 부메랑 될것"
주말을 자신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보내기 위해 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그는 다음날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불공정 무역으로 막대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며 자신이 이달 초 꺼내든 철강.알루미늄 고관세 정책에 반발하는 유럽연합을 겨냥, 유럽산 자동차에 관세를 매길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이하 현지시간) 무역전쟁은 미국에 좋으며, 미국은 쉽게 이길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이는 세계 경제 뿐만 아니라 미 경제에도 재앙을 몰고올 것으로 우려됐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물릴 경우 미국 제품에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산 자동차에 대해서도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트럼프발 무역전쟁'은 한층 복잡한 형태가 되고 있다.

■ 철강관세 EU 즉각 보복경고, 트럼프는 추가 위협

트럼프 대통령은 3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유럽연합(EU)이 미국과 불공정한 무역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미 현지의 미국 기업들에게 막대한 관세와 비관세장벽을 적용하고 있는 EU가 이를 확대하길 원한다면 우리는 미 시장에 자유롭게 밀려드는 유럽산 자동차에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EU는 미국 차들이 유럽에서 판매가 불가능하게끔 하고 있다. 이는 커다란 무역 불균형이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발표에서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며 각각 25%, 1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유럽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도 조치를 취해야한다"며 "'무역전쟁'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호전적인 행위를 뭐라고 달리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BC방송은 EU가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 위스키 등 미국을 상징하는 브랜드에 보복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EU에 수출하는 액수는 연간 35억달러(약 3조7905억원)에 이른다.

이같은 글로벌 무역충돌에 경제학자들은 최악의 경우 전세계 경기침체를 함께 부를 것으로 우려했다. CNN머니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관세를 물리거나 수입에 장벽을 만들면 상대방의 보복을 불러 무역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전세계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제학자들이 1929년 전세계를 휩쓴 대공황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보호주의 무역을 꼽고 있는 이유다.

■ "무역전쟁 누구도 승자 없다"

경제학자들은 또 무역전쟁에선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더욱이 무역전쟁은 세계 경제 뿐만 아니라 미 경제에도 치명적인 해악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가격 상승이다.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물리면 자동차부터 가전제품, 포장식료품에 이르기까지 철강이나 알루미늄을 쓰는 거의 모든 공산품 가격이 뛸 수밖에 없다. 관세가 당장 수입 감소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미 알루미늄 업계는 수입을 대체할만큼 충분한 생산능력이 없다고 시인하고 있다. 결국 미국에는 값이 오른 외국산 알루미늄이 그대로 공급되고, 미 알루미늄 업체들은 외국산 가격 상승에 힘입어 덩달아 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알루미늄 소비 기업과 소비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다. 무역전쟁은 미국의 고임금 일자리 상실도 부른다. 철강, 알루미늄 일자리가 늘 수는 있겠지만 해외 수출업종은 외국의 보복관세 직격탄을 맞아 수출이 타격을 입으면서 미국내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미국은 자동차 부품 600억달러어치, 민간 항공기 560억달러어치, 자동차.트럭 520억달러어치, 의약품 510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게다가 지금 2430억달러 흑자를 내는 서비스업 역시 보복에 직면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경제의 주력이 바뀐 미 경제는 무역전쟁 불똥을 피할 수 없다.

미 금리상승도 뒤따를 수 있다. 막대한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낮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대미흑자를 바탕으로 한 외국의 미 국채 보유에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미 국채 1270억달러어치를 더 사들여 1조달러 넘게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대미 무역흑자가 줄어들 경우 달러 보유액이 그만큼 줄기 때문에 미 국채 보유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 등 미 교역상대국들이 같은 이유로 미 국채를 내다팔기 시작하면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이 뛸 수밖에 없고, 미 금리는 치솟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일단 차분한 모양새다. 악사 투자운용의 아시아 신흥시장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 야오 아이단은 CNN머니에 "중국은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대신 중국은 미중 관계 관리를 원한다"고 말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도 중국의 보복은 낮은 수준에서 이뤄지고, 아마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상응한 보복에서 그칠 것이라면서 대신 중국은 "미 보호주의에 맞서 자유무역의 수호자라는 명성을 누리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