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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후폭풍] 트럼프가 지른 불, 공화당이 진화.. 美 ‘무역전쟁’ 정면충돌

공화당 1인자 라이언의 '반격' "의회는 무역전쟁 결과에 극도로 걱정 백악관은 관세부과 철회하라"
11월 중간선거 역풍 우려.. 불끄기 나서
관세폭탄 고수하는 트럼프 "철강·알루미늄 관세, 물러서지 않겠다"
캐나다·멕시코는 관세면제 가능성 열어둬.. 북미자유무역협정 협상카드로 쓸듯
시장은 ‘무역전쟁 없다’ 베팅.. 보호무역 강행 땐 증시 약세
트럼프 끝까지 버틸 수 없어.. 결국 외교적으로 마무리될듯

【 서울.워싱턴=서혜진 기자 장도선 특파원】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부과를 강행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를 막으려는 공화당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관세부과가 악재가 될까 우려하는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접촉해 설득작업을 벌이는 한편 반대 연판장, 청문회 추진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최악의 경우 대통령의 무역협상 처리 권한을 법률적으로 제한하는 방안까지 고려되고 있다.

■미 공화지도부 일제히 관세부과 철회 촉구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공화당 지도부는 이날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부과 철회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기로 하고 이르면 금주 중 세부 이행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위스콘신)은 이날 오전 성명을 통해 "우리는 무역전쟁의 결과를 극도로 걱정하고 있으며 백악관에 이 계획(관세부과)을 추진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제개편안으로 경제가 촉진되고 있고 이 같은 이득이 위험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관세부과 백지화를 요청했다.

하원 세입위원회에서는 공화당 소속 의원들의 반대 연판장이 돌았다. 세입위원회 위원장인 케빈 브래디(텍사스)는 "아직 미국 경제를 강력하게 하는 방향으로 관세를 다듬을 기회가 있다"며 "트럼프가 우리의 제안을 심사숙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브래디 위원장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을 두차례 만나 수입산 철강 관세부과 대상을 과잉생산국인 중국으로 좁히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에서도 반대가 들끓고 있다.

공화당 상원 2인자인 존 코닌 상원의원(텍사스)은 관세폭탄을 굳히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며 오린 해치 상원 재무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청문회 일정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해치 위원장은 관세부과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밝혔고 공화당 상원 3인자인 존 툰 상원의원(사우스다코타)도 "트럼프 대통령이 많은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건 중대 사안"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처럼 공화당이 관세부과 저지에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역풍이 불어닥칠 것을 우려해서다. 리서치회사인 트레이드파트너십월드와이드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관세부과로 미국 내 18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 전문가는 이 숫자가 수백만개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부과를 강행할 경우 법적 행동까지 불사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런 반대 목소리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겠다"며 철강·알루미늄 관세부과 결정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고수했다.

■강행 시사 트럼프, NAFTA도 협상카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무역 측면에서 미국은 친구든, 적이든 간에 사실상 전 세계 모든 나라에 의해 속아왔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야만 한다"며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대상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는 관세면제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노동자와 국민에게 공정한 거래를 성사한다면 두 나라에 대한 철강관세는 협상 포인트가 될 수 있다"며 관세부과를 재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NAFTA를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공세가 비슷한 협상 과정을 밟고 있는 한·미 FTA로 확대될 가능성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 방침으로 글로벌 무역전쟁 우려가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이런 글로벌 무역전쟁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미 투자자들은 무역전쟁 발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데 과감히 베팅했다. 프루덴셜 파이낸셜의 수석시장전략가인 퀸시 크로스비는 CNBC 방송에 "5일 캐터필러와 할리데이비슨 주가가 상승했다는 것은 내가 볼 때 트레이더들이 이번 사태가 외교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이야기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관세부과와 NAFTA 협상을 연계시킬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멘트는 그가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르데니 리서치의 대표 겸 수석투자전략가인 에드 야르데니는 이날 노트에서 "트럼프가 노골적 보호주의자로 변한다면 약세장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시장이 그의 보호주의적 선언에 계속 부정적 반응을 보일 경우 트럼프가 물러설 가능성은 더 크다"고 내다봤다.

WSJ는 "트럼프가 금속 관세를 현존하는 무역협정의 재협상과 연계한 것은 북미를 넘어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미국은 주요 철강 생산국인 한국과도 FTA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지적했다.

sjmary@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