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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안보 전문가 5인 좌담회] "남북회담은 북미회담 전초전.. 비핵화 큰틀 합의 주력해야"

격변하는 한반도 정세
전성훈 위원 "하루 만나 여러가지 얘기 못해.. 비핵화 ‘원포인트 회담’이 돼야"
양무진 교수 "수시정상회담 토대 구축이 중요.. 남북미 포괄적 해법 가능할 수도"

[통일·안보 전문가 5인 좌담회] "남북회담은 북미회담 전초전.. 비핵화 큰틀 합의 주력해야"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5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운명의 시계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한반도 전쟁설이 돌았지만, 최근 대화국면이 남.북, 북.미를 비롯해 동북아 국가로 확장되는 등 획기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전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김준형 한동대 교수, 김용현 동국대 교수,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과 '격변하는 한반도 정세 긴급 서면 좌담회'로 남북.북미정상회담의 전망과 향후 한반도 정세를 짚어봤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대화국면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포괄적 타결 후 비핵화 처리 방안, 한반도 평화체제에서 안보방향, 북한의 제재 변화 등에 대한 전망을 나눴다.

―남북 고위급회담, 예술단 평양공연이 이어지는 등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어떤 결실이 기대되나.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전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이번 회담은 비핵화 원포인트 회담이어야 한다. 원샷이 아니라 원포인트다. 하루 반나절 만나 이것저것 얘기할 시간이 되겠나. 정상끼리 만나서 할 수 있는 제일 중요한 것은 비핵화다. 다만 의제 조율을 위한 회담이 없는 것이 문제다. 정상 간 만남이어서 시간이 없는데 의제를 좁혀놔야 하지 않겠나. 북한이 지금껏 해오듯 '한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 정도가 아니라 김정은의 확답을 들어야 한다. 비핵화라고만 해서도 안되고 핵폐기가 되느냐 안되느냐 따져야 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장소가 판문점이어서 이번은 남측지역 평화의 집, 다음에는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할 수 있다. 즉 수시정상회담, 상시정상회담의 토대를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반도는 아직 냉전이 상존하고 있어 '한반도의 몰타형 정상회담'이 될 것이다. 1989년 미국의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 간 몰타 정상회담에서 세계 냉전체제가 종식됐다. 이번에 한반도의 비핵화, 평화체제, 남북관계 발전이 핵심적 의제가 될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 한반도 신경제지도, 서해평화협력 등도 심도 있게 논의될 것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남북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모든 국면이 북·미 회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도출되는 결과는 북·미 회담에 영향을 미쳐 비핵화와 평화적 원칙 등 모두 추상적인 선언이 될 것이다. 남북협력.발전 등 경제는 메인 어젠다가 아니어서 '남북협력.발전을 확대한다' 이런 식의 추상적인 합의만 나올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북한은 그동안 북·중 정상회담 등 공식적으로 세번의 비핵화 확인이 있었다. 이번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충분한 체제 안전보장을 거치면 핵을 포기하겠다고 선언적으로 밝힐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이 비핵화, 평화협정의 동시 진행을 표면화해 한반도 평화협정은 남북이 공동으로 합의하고 큰 틀에서 미국.중국과 같이 가려 할 것이다. 남북관계를 제도화하는 새로운 협정도 기대된다.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평화협정 안에 남북 공동현안 상설협의기구, 남북정상회담 정례화, 공동협의기구 대표회의 구성, 공동사무처 신설, 평화적 군축체제 신설 등 남북한 군사적 신뢰조치, 남북 평화공존에 대한 제도화 등이 주요 골자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토론, 대화 중심으로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가 핵심이 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을 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이어서 한·미 간의 공식·비공식적인 고위급 실무회담도 충분히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이렇게 조율된 안을 갖고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의견이 정리되면 그것을 갖고 북·미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5월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은 어떤 것을 주고받을까.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 변화는 어떻게 전망하나.

▲김준형 교수=북·미 정상회담은 모 아니면 도다. 빅딜 가능성이 있어야 김정은과 트럼프가 만난다. 거꾸로 보면 둘이 만난다고 날짜를 정했다는 것은 비핵화 등 빅딜이 성사된다는 것이다. 만약 딜이 없다면 회담은 결렬될 수도 있어, 북·미 회담 성사 여부가 한반도의 정세를 결정할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잘되면 남.북.미 회담까지 갈 거다. 반대로 결렬된다면 동북아 국가들의 상황은 더 어려워지고, 책임 문제가 나올 것이다. 미국이 걷어찼을 경우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제재에 소극적으로 돌변하고 결국 미.중 관계 악화로 변질될 것이다.

▲양 교수=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연달아 개최되는 것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큰 기회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체의 큰 원칙과 방향에 합의하고, 북·미 정상회담에서 재확인하면서 이행의지를 담은 로드맵이 나온다면 성공적일 것이다. 북한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체제보장을,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한국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이야기하고 있다. 서로가 원하는 것을 하나의 테이블에 올려놓는다면 이것이 포괄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 세 정상이 포괄적으로 합의하고, 이행은 단계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전 연구위원=북한의 의도는 뻔하다. 물론 나도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잘해서 북핵이 폐기되길 바란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는 어려워질 것이다. 정상회담을 철저히 준비하는 것은 좋으나 성과가 없을 것을 대비하지 않으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정상회담은 외교협상의 마지막 단계다. 정상 간 풀지 못하면 협상을 통해서 풀지 못한다는 의미이니, 정부는 대비책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홍 실장=북한과 미국 모두 북·미 정상회담 성패에 정권 향배가 달려 큰 리스크를 걸고 임하고 있다. 트럼프는 국내외 산재한 문제로 회담에 올인했는데, 실패하면 입지가 나빠질 것이다. 북한도 북·중,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란 큰 카드를 내놓고 궁극적으로 정상국가로 회복시키겠다는 목표에 사활을 걸었다. 실패 시 대북제재, 대미 불신 등으로 강하게 충돌할 수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회담의 성공을 위해 구체적인 것은 거의 언급 안하고 큰 틀에서 포괄적 원샷 타결에 합의할 것이다. 비핵화 선언과 평화협정, 북·미 관계 정상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을 묶어 체제 안전보장이 진행될 것이다.

▲김용현 교수=제2의 냉전종식을 선언할 수 있는 제2의 몰타가 판문점이 돼야 한다.
북·미 간의 냉전종식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북·미 정상회담이 판문점이나 제주도 등 한반도에서 열린다면 북·미 정상회담 말미에 남.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질 수 있다. 종전 선언도 이뤄진다면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가면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남.북.미 최고 지도자가 판문점에서 악수하고 종전선언을 발표하면 굉장히 의미가 크지 않겠나.

lkbms@fnnews.com 임광복 김현희 문형철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