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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급매물 이미 거래, 고가매물은 버티기.. 거래절벽 현실화되나

'양도세 중과' 서울 부동산 시장
강남권 매매거래 잠잠.. 팔릴 매물은 다 팔린 상태 "가격 오름세 주춤하겠지만 곧 다시 오를 가능성 높다"
마포.용산.성동은 관망.. '준강남급'으로 상승 분위기 "안팔리면 안고 가더라도 시세보다 싸게는 안팔 것"

[현장르포] 급매물 이미 거래, 고가매물은 버티기.. 거래절벽 현실화되나
지난 1일부터 청약조정지역 내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 가운데 서울 부동산시장은 매수자와 매도자 간에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일대 공인중개업소 전경. 사진=윤지영 기자


대출규제 강화에 이어 양도소득세 중과까지 시행되면서 서울 부동산시장에는 '거래절벽'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나온 급매물은 이미 거래가 끝났고, '버티기'에 들어간 일부 고가 매물만 남아 있다. 매수자들은 짙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 매매거래 움직임 '뚝'

2일 오전 서울 역삼동 한 중개업소에는 평일임에도 아파트 가격을 묻는 전화가 간간이 걸려왔다. 해당 중개업소 대표는 "단순한 '문의' 전화일 뿐 실제로 집을 보러온다는사람은 거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나마 올해 초에 있던 저렴한 매물은 다 빠졌고, 가격이 높은 매물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월에는 최고 5000만원이 빠진 급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3월 말 잔금' 조건을 내건 물건이었다. 현재는 이 가격에 매매거래를 할 수 없어 매수 움직임이 '뚝' 끊겼다는 설명이다.

'역삼래미안'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3월 말 잔금을 치른다'는 조건 아래 12억원대 초중반에 거래됐다. 하지만 이달 들어 가격이 다시 13억~13억3000만원에 형성됐다.

재건축단지가 몰려 있는 서울 송파도 상황은 비슷하다. 특히 재건축단지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이어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시행과 양도세 중과까지 겹쳐 매매거래 움직임은 더욱 둔화된 모습이다.

재건축사업 초기단계인 '가락삼익맨숀' 전용 84㎡는 9억6000만~9억7000만원 선으로 지난 2월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1~3월에는 매물이 3~4건 이상 나왔지만 현재는 1~2건으로 줄었다.

단지 인근의 중개업소 대표는 "양도세 중과 시행 전에 이미 나올 만한 물건은 다 나왔고, 거래도 이뤄졌으나 지금은 다시 잠잠한 상황"이라며 "매수자는 워낙 고점이라는 생각에 더 신중해졌고, 매도자는 내놓은 가격을 소폭 조정하거나 매도를 보류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17억원대 후반에서 18억원에 가격이 형성된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는 17억7000만원에 '급급매물'이 나왔지만 매수 움직임은 많지 않다.

강남구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매매거래가 위축됐다고 해서 아파트값이 크게 조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도세 중과 시행 전에 팔지 않은 다주택자들은 '버티기'를 택했기 때문에 굳이 아파트 가격을 내려 거래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송파동의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달 강남 아파트값은 '보합'을 유지할 수도 있지만 5월에는 다시 매수문의가 생겨 매도자들이 아파트값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마포.성수 관망세…매도자 우위

강북의 아파트값 상승세를 주도했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도 매도·매수자 간에 '관망세'가 한층 짙어진 분위기다. 마포구는 '준강남'으로 불릴 정도로 집값 상승 여력이 입증된 만큼 굳이 가격을 낮춰 무리하게 팔지 않겠다는 이들이 대다수라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공덕역 T공인 관계자는 "지하철역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전용 84㎡를 11억원대에 매매할 수 있는 물건은 하나도 없다고 보면 된다. 13억원을 넘은 지 오래"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달에도 '안 팔리면 안고 가겠다'는 분위기가 강했다"면서 "워낙 가파르게 가격이 상승하다 보니 세금을 물더라도 인근 시세보다 낮게 내놓지 않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염리동 M공인 관계자는 "재개발구역에서 새 아파트가 분양할 때마다 옆 단지들도 같이 오르니 집주인들은 하루가 다르게 호가를 높인다"며 "매수자들은 한달 새 수천만원씩 오르는 가격에 부담을 느껴 매매거래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인근 C공인 관계자는 "팔 사람은 다 판 것도 맞지만 '센트라스'나 '텐즈힐' 집주인들은 이미 임대사업자 등록을 마친 상태"라면서 "서울 시내 역세권 새 아파트들이 가격조정을 받을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왕십리동 T공인 관계자도 "양도세를 내야 한다고 해도 급매물을 잡으면 더 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며 "지금까지 오르는 추세로 볼 때 (성동구에서 급매물을 잡으면) 최소 1억원 정도 아파트를 싸게 사는 셈"이라고 말했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