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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교촌치킨 '배달료 유료화', 업주 "현실적 대안".. 소비자 "사실상 가격인상"

가맹점주·소비자·아르바이트 3인 3색 목소리

[현장르포] 교촌치킨 '배달료 유료화', 업주 "현실적 대안".. 소비자 "사실상 가격인상"
서울시내 한 교촌치킨 매장.


임대료만 한 달에 500만원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폐업을 고민했는데 이번에 배달료라도 조금 올랐으니 사정이 좀 나아지겠죠. - 서울시 한 교촌치킨 가맹점주 이모씨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달료 인상도 곧 가격인상이죠. 이번에 국민간식인 치킨 배달료가 오르니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직접 와닿네요. - 서울 서대문구 거주 오모씨

9일 서울시내 한 교촌치킨 매장. 가맹점주 김모씨는 "그간의 임대료 상승이며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기대치에는 턱없이 못미치지만 이번에 배달서비스 유료화 이뤄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반겼다. 김씨는 "최저임금 상승 이후 매장 아르바이트생 인건비와 배달앱 수수료, 가게 임대료 등 나가는 비용이 너무 많아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었다"며 "배달료 인상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민간식 치킨 배달료 인상을 놓고 치킨프랜차이즈 가맹점주와 일반소비자, 아르바이트 등이 3인 3색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민이 즐겨먹는 치킨가격의 사실상 인상에 소비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 비해 가맹점주들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아르바이트는 "일단 환영' 속에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편다.

■가맹점주 "현실적 대안" 환영

치킨 가맹점들은 교촌치킨이 메뉴 가격 자체를 인상하기 보다는 배달비를 유료화하기로 한 데 대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메뉴가격 인상은 가맹본사와 나눠가져야 하는 만큼 인상에 따른 혜택이 적은 데 비해 배달료 유료화는 비용 전부를 가맹점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종로구와 서대문구 등 서울시내 일부지역과 부평.일산 등 경기 일부지역에서 배달료를 받는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자체적으로 배달료를 받는 사례가 있었던 점도 이번 유료화에 충분한 명분이 있다는 목소리다.

업계에서는 중구난방으로 이뤄지던 배달료 책정을 교촌치킨이 공식화한 것은 잘 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그동안 가맹점별로 시행되던 배달료 추가 책정 대신 차라리 배달 서비스에 정당한 가치를 부여하고 공식화 하는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유료화 배경을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치킨가격이 특히 예민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가맹점별로 가격 인상 요구가 있는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히려 배달료 인상 정책이 소비자들의 혼란을 줄여줄거란 시각도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박호진 대외협력실장은 "그동안 가맹점별 고육지책으로 가격을 올리는 대신 추가 배달료나 비용을 받는 등 편법적인 부분이 시행되고 있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정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소비자 "최저임금 인상 체감"불만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배달료 책정이 사실상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치킨 같은 경우 대부분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기 부평에 거주하는 오모씨(28)는 최근 치킨을 시키기 위해 배달앱을 켰다가 깜짝 놀랐다. 배달료 기본 1000원 이상을 받지 않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씨는 "작년까지만해도 이렇게 많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올해들어 배달료를 따로 받는 업체가 더 많이 생긴 기분"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정모씨(31)는 "배달음식 가격을 보면 최저임금 상승 여파가 직접 체감된다"고 말한다. 정씨는 "햄버거 가격이 매장에서 살 때보다 배달할 때가 더 비싸 이유를 물어보니 배달료 때문이라고 하더라"라며 "배달도 인건비에 포함되니 이해는 가지만 너무 다 올랐다"고 했다.

■아르바이트 "당장은 좋지만"

정부는 당초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소득층의 생활 안정과 사회 전반의 소비 진작을 꾀했다. 최저시급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겐 긍정적인 반응이다.
지난해 말부터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최모씨(22)는 "작년보다 시급이 올라 월급을 받으면 좀 더 할만하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이모씨(24)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어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보니 다음 일자리가 걱정도 되지만 당장은 월급이 올라 나쁘지 않다"고 했다. 다만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이 예고된 상황이어서 아르바이트 일자리 불안은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