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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 Money] 개인, 기대 심리에 투자..외국인, 숫자 보고 베팅

남북 경협주를 대하는 자세
현대건설·현대로템 등 경협주..최근 한달간 주가 폭등했지만
개인은 매수, 외국인은 매도세
구체적 수혜 규모 나타나야 외국인들 투자로 돌아설 듯
북미정상회담 후엔 바뀔수도

[Money & Money] 개인, 기대 심리에 투자..외국인, 숫자 보고 베팅

[Money & Money] 개인, 기대 심리에 투자..외국인, 숫자 보고 베팅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는 남북 경협주, 개인투자자들은 빨간색으로 번쩍이는 지표를 볼때 마다 지금이라도 투자 해야 하는건 아닌지 고민이 깊어진다. 그런데 증시에서 항상 돈을 번다고 알려진 외국인들은 경협주를 순매도 중이다. 이 때문에 경협주에 투자를 고려할 때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 나온다.

5월 들어 외국인 순매도 1, 3위는 대표적 남북 경협주인 현대건설과 현대로템이 올랐다. 한 달 동안 주가가 3.5배 넘게 오른 현대시멘트도 외국인은 이 기간 순매도했다.

반면 이달 들어 개인 순매도 2, 3위는 정반대로 현대건설과 현대로템이 차지했다.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시멘트 등 주목받는 경협주도 모두 개인은 순매수했다.

대체로 외국인투자자의 수익률이 높은 국내 증시에서 이같은 남북 경협주에 대한 투자 성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개별 종목의 밸류에이션(주가 대비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줄 계량화된 지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인의 매수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구체적인 대북 투자안이 나올 시 투자 성향이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 개인·외국인, 경협株 투자 성향 '정반대'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5월 들어 외국인 순매도 1위는 현대건설이었다. 지난 18일까지 12거래일간 총 3355억원을 기록하며 삼성전자(3002억원)을 제치고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에 올랐다.

현대로템도 2493억원 매도 우위로 삼성전자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반면 개인의 투자 성향은 정반대였다. 같은 기간 개인은 현대건설과 현대로템을 각각 3728억원, 2400억원 순매수하며 2, 3번째로 많이 사들였다. 순매수 1위는 50대 1 액면분할을 실시한 삼성전자(1조1314억원)이었다.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해서도 정반대 투자 성향을 보였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1312억원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1850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금강산 관광 사업을 담당하는 현대아산의 대주주로, 남북 경협 최우선 수혜 기대를 받는 종목이다.

최근 가격이 급등하며 주목받은 남북경협주에 대해서도 외국인은 순매도, 개인은 순매수 기조가 확연했다. 최근 1개월간 주가가 273% 폭등한 현대시멘트에 대해 외국인은 136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한 반면 개인은 187억원 더 많이 사들였다. 같은 기간 주가가 134% 오른 성신양회에 대해서도 외국인 149억원 순매도, 개인 112억원 순매수로 상반된 투자 성향을 보였다.

■ "수혜 막연한 추정…외국인 접근 어려워"

이처럼 외국인이 소극적이고 개인이 적극적으로 경협주에 뛰어드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이유가 나온다. 우선 구체적인 수혜 규모가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외국인이 투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달러 강세로 인한 신흥국 증시 약세도 매도 성향을 거들었다는 설명이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은 바이오 업종에서도 매도가 일어나는 등, 대형 우량주로 (매수가) 몰리는 추세"라며 "숫자로 이야기할 수 없으면 연구원이나 펀드매니저는 접근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경우 올해 들어 낮은 주식 수익률로 인해 경협주에 더욱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반된 투자 성향이 테마주에 가까운 남북경협주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남북 정세에 관련한 소식이 들릴 때마다 주가가 두자리수의 변동폭이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라는 설명이다. 경협주에 반영돼 있는 것은 오로지 기대 심리 뿐이기 때문이다.

양 센터장은 "남북 경제협력 관련주는 막연한 추정이자 테마성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며 "정확한 경제적 효과나 기업 실적에 영향을 주는 재료로는 나와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