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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국내 생산 목재의 23% 소비하는 무림P&P 울산 공장

'국내 유일' 펄프.종이 한 곳서 만든다
국산 6만~7만t 등 원료비축
안전 중시로 중대사고 0건

[현장르포] 국내 생산 목재의 23% 소비하는 무림P&P 울산 공장
지난 18일 무림P&P 울산공장 내 제지 생산라인에서 생산된 국내 최대 지폭(8.7m)의 인쇄용지를 직원이 체크하고 있다.

[현장르포] 국내 생산 목재의 23% 소비하는 무림P&P 울산 공장
지난 18일 무림P&P 울산공장 내 목재칩 야적장에 쌓여있는 목재칩들. 목재칩은 뜨거운 수증기와 만나 종이의 원료인 펄프가 된다.

【 울산=박소연 기자】 울산항에서 목재를 가득 싣고 도착한 25t트럭이 통째로 트레일러에 올려져 비스듬히 기울여지더니 나무칩을 쏟아낸다. 옆으로 같은 트럭들 수십대가 늘어섰다. 트럭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면서 같은 작업을 반복한다.

나무칩들은 바로 옆 바닷가와 맞닿은 야적장으로 옮겨진다. 아파트 3층 높이만큼 쌓인 약 3만t가량의 나무칩 더미에서는 수증기가 모락모락 흘러나왔다. 쌓인 목재들이 발효되는 과정이다. 자연 발효된 목재는 펄프로 만들기 쉽다. 매년 국내에서 생산되는 목재의 약 23%를 소비하는 이 곳은 가구나 건자재 공장이 아닌 '종이 공장' 무림P&P다. 무림P&P는 종이의 원료인 펄프와 종이를 한 곳에서 생산하는 국내 유일 일관화 공장으로 원료 비축이 중요하다. 국산 6만~7만t, 수입재 3만~4만t이 상시 비축돼 있다.

이형수 무림P&P 울산공장장은 "펄프 생산에는 국산과 수입 목재가 5대 5로 쓰인다"면서 "미리 확보해 놔야하는 국산을 좀 더 많이 비축해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무림그룹은 펄프와 인쇄용지, 고급 아트지를 생산하는 무림P&P와 인쇄용지를 만드는 무림페이퍼(진주), 특수용지를 생산하는 무림SP(대구) 등 3개 제지 관련 계열사를 두고 있다. 울산 공장은 1조3000억원 가량 되는 연간 무림 전체 매출에서 6500억원의 매출로 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60만㎡ 공장 돌리는 마법의 원료 '리그닌'

울산 공장의 가장 큰 특징은 '일관화'다.

종이의 원료가 되는 펄프와 종이 생산 공장이 한 데 있다는 뜻이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나무→펄프→종이' 생산이 유기적으로 이뤄진다. 펄프를 건조시켜 들여온 후 다시 물로 불려야 하는 다른 제지회사들과는 달리 울산 공장은 펄프공장과 제지공장이 라인으로 연결돼 원료를 바로 공급받는다. 원가 절감 효과에 더해 고품질 종이 생산이 가능하다.

여기에 '흑액(리그닌)'이 들어가면 공정은 한층 첨단화된다. 흑액은 종이를 만드는 '섬유소'와 함께 나무에서 나오는 성분이다. 불에 잘 타는 성질을 띠어 바이오매스(원료)로 사용된다. 무림P&P 품질보증2부 이홍양 부장은 "섬유소는 전량 종이의 원료인 펄프로 쓰이고, 리그닌은 공장을 돌리는 원료가 된다"면서 "연료비 절감과 미래 먹거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무를 찔 때 사용하는 펄프 공장 증기와 이 펄프를 종이로 만드는 공장의 수증기는 모두 리그닌을 통해 충당 가능하다. 이 부장은 "이를 통해 한 해에 저감하는 이산화탄소 양만 80만t이다. 소나무 1억2000만 그루를 심어 얻을 수 있는 저감효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료인 나무가 펄프, 종이로 생산되는데 더해 리그닌 등의 에너지로 재탄생하는 완벽한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뛰어난 친환경성은 자연스럽게 제품 경쟁력으로 연결된다. 무림P&P는 제지업계 최초로 저탄소제품 인증을 받았다. '저탄소제품'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탄소성적표지 인증제품 중 온실가스 감축이 월등한 제품에 부여한다.

■2차선 도로만한 종이

무림P&P 울산 공장은 규모와 설비면에서도 다른 제지 공장을 압도한다. 공장 부지 면적만 약 60만㎡(18만평), 걸어서 공장을 한 바퀴 도는데 약 1시간이 걸린다. 종이의 원재료인 목재칩 야적장부터 펄프 공장, 제지 공장, 정화시설까지 대규모 생산 설비가 갖춰져 있다. 특히 제지공장에서 생산되는 종이 크기는 압권이다. 두루마리처럼 종이가 감겨져 있는 점보롤 한 개의 폭이 8.7m, 무게는 100t에 달한다. 너비만 2차선 도로에 준한다. 단일 생산 라인으로는 국내 최대 설비다.

백상지, 아트지 등을 생산하는 무림P&P 제지공장은 펄프를 얇게 펴주고 건조시켜 종이를 만드는 대형 기계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공정은 크게 일반 백상지 등 비도공용지와 여기에 도료를 코팅해 만드는 도공용지 등으로 나뉘어진다. 이 부장은 "잡지나 브로셔 등으로 쓰이는 아트지가 부가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무림P&P 공장 역시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는 안전 또 안전이다. 1년 반 주기로 공장을 보름간 완전히 멈추고 대대적인 보수를 하는 울산 공장은 올 12월에 주기가 돌아온다. 이 부장은 "수리 인력이 1500명~2000명 가량 들어오기 때문에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지금까지 무림 공장은 중대사고 0건"이라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