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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제약강국 아일랜드의 자부심… ‘글로벌 톱10’ 꿈이 영글다

 SK바이오텍 인수 1년 ‘아일랜드 의약품 공장’  
우수하고 성실한 현지 인력..인수 후 통합 성공적 마무리
한 해 700만명 사용 가능한 당뇨병 치료제 원료 생산

[현장르포]제약강국 아일랜드의 자부심… ‘글로벌 톱10’ 꿈이 영글다
지난 5일(현지시간) 방문한 SK바이오텍 아일랜드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의약품 원료 생산 핵심 설비인 반응기에 원료를 투입하고 있다. SK바이오텍은 아일랜드 공장 인수를 통해 2020년 의약품 원료 시장 글로벌 톱10 기업 도약을 목표로 세웠다.

【 스워즈(아일랜드)=최갑천 기자】 '화이자, 노바티스같은 종합제약사를 향한 SK의 글로벌 전초기지가 영글고 있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 북쪽으로 13㎞ 떨어진 스워즈(Swords)시. 지난 5일(현지시간) 찾은 SK바이오텍 아일랜드 공장 입구에 게양된 태극기가 한눈에 들어왔다. 원료의약품 생산시설인 SK바이오텍 아일랜드 공장은 심혈관, 간염, 당뇨병 치료에 쓰이는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박준구 SK바이오텍 대표(사장)는 "스워즈 공장은 아일랜드의 유일한 한국 생산법인"이라며 "지난해 개소식 당시 아일랜드 산업부장관이 직접 참석할 정도로 현지 정부의 높은 관심과 지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SK바이오텍 아일랜드 공장은 한 해 8만1000L 규모의 합성 의약품 원료를 생산해 주로 북미와 유럽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공장은 1년 전까지 글로벌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소유였다가 지난해 6월 SK바이오텍이 1700억원에 인수해 한국 공장으로 탈바꿈했다. 인수 1년을 맞은 아일랜드 공장은 글로벌 종합제약사로 도약을 준비하는 SK바이오텍의 미래를 조용히 준비하고 있었다.

■아일랜드 공장 인수로 '2020년 글로벌 톱10 목표'

SK바이오텍은 아일랜드 공장 인수를 계기로 2020년까지 매출 1조5000억원, 기업가치 4조원 이상의 '글로벌 톱10 의약품 생산 기업'이라는 당찬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매출 1094억원(영업이익 285억원)을 감안하면 3년새 회사 규모를 15배까지 키우겠다는 것이다. 박준구 대표는 "2020년 글로벌 톱10 의약품 생산기업 도약을 위해서는 전략적 인수합병(M&A)이 필수적이라 합성 의약품 원료기업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며 "아일랜드 공장 인수가 SK의 미래 성장동력인 바이오·제약 사업의 시작점"이라고 밝혔다.

아일랜드는 화이자, 노바티스 등 글로벌 선두 제약사들의 핵심 생산시설이 몰려있는 곳이다. 전폭적인 아일랜드 정부 지원과 우수한 인력, 북미 등 주요 시장 인접 등이 그 이유다. 박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곳에 모인 건 무엇보다 세제 혜택의 장점때문"이라며 "아일랜드투자청에서 직원 교육비를 지원하고, 법인세 감면과 직원들의 우리사주 취득시 소득세 50% 감면 등의 다양한 세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일랜드 사람들은 한국인과 비슷하게 인력이 우수하고 성실해 입사시 바로 업무 투입이 가능할 정도"라며 "게다가 유럽에서 영국을 제외한 유일한 영어권 국가라 최대 시장인 북미 공략에도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달 28일 SK바이오텍 아일랜드공장을 방문했다. 박 대표는 "이 총리가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SK와 아일랜드의 '윈윈 사례'라며 SK가 미래형 산업에 기민하게 진출해 한국의 다른 대기업에도 좋은 자극이 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최고 품질 '700만명 당뇨병 치료 원료' 생산

이날 SK바이오텍 아일랜드 공장에는 왼쪽 가슴에 'SK바이오텍' 로고를 단 직원들이 바쁘게 연구실과 생산시설을 오가고 있었다. 아일랜드 공장은 총 360여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박 대표는 "제약강국 아일랜드에서도 자부심이 강한 생산시설이라 한국기업의 인수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난 1년간 PMI(인수 후 통합)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별다른 잡음없이 공장 노조도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공장은 크게 3개동의 제조공장과 품질관리동, 연구동으로 구성됐다. 이날 가동중인 P3, P7라인에서는 당뇨병 치료제 원료가 생산중이었다. 김현준 SK바이오텍 아일랜드 공장장(상무)은 "이곳에서 한 해 700만명에게 공급할 수 있는 당뇨병 치료제 원료가 생산된다"며 "핵심 설비인 반응기를 비롯한 모든 설비와 공정이 글로벌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했다. 아일랜드 직원들에게 SK바이오텍은 낯선 기업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BMS에 원료의약품을 공급해 온 주요 공급사로, 세계 최초 양산화에 성공한 '연속반응기술' 등 기술력과 품질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게 인수의 원동력이 됐다.

아일랜드 공장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청(EMA) 등 규제 기관의 실사를 성공적으로 통과했으며 유럽 기준의 높은 안전·환경 관리 수준을 유지해 최근 10년간 관련 위반 사례가 전무하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원료의약품은 특허권 만료 전의 고부가가치 의약품 제조 원료로 쓰이며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들에 공급된다. 세계적 고령화 추세와 만성질환의 증가로 제약 시장은 고성장중이다. 특히, SK바이오텍이 진출한 의약품 위탁생산업체(CMO)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7%에 가까운 고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SK바이오텍은 내년 하반기부터 당뇨치료제에 쓰이는 원료의약품을 중심으로 아일랜드 공장에 1.4만L의 증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SK가 아일랜드 공장 인수를 결정한 데는 SK바이오텍과의 시너지도 크게 고려했다. 박준구 대표는 "기존 SK바이오텍 대전공장, 세종공장과 아일랜드 공장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연구개발(R&D) 공동진행, 생산성 개선, 품질시스템 상향 평준화 등을 통해 수익 창출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는 아일랜드 공장의 생산과 판매 증대에 힘입어 통합 매출이 3000억원 가까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