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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북미회담] 이틀 뒤 폼페이오 입에서 나온 ‘비핵화 시간표’.. 트럼프는 왜 안 밝혔나

美 구체적 시한 첫 명시
"2020년까지 성과내야.. 완전한이란 말에는 검증도 아우르는 것 공동성명은 CVID 포함"
전문가 "구두 합의 가능성".. 비판 여론 달래기용일수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0년 말까지 북한 비핵화의 주요 성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밝히면서 이 말의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측이 비핵화의 구체적 시간표를 명시적으로 못박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앞으로 2년6개월 동안 완전한 비핵화를 완성하긴 어렵겠지만 최소한 의미있는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단순히 국내 비판여론 잠재우기라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폼페이오가 제시한 시간표가 현실화될 수 있지만 이는 북한의 의지에 달린 것이라며 이에 대한 구두합의가 있었을지에 대해 주목했다.

■폼페이오, 합의문 해명에 진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한 뒤 서울로 이동한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주요 비핵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가 끝나기 전에 완수되길 원하는가. 그것이 미국의 목표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틀림없고 분명하다"고 답했다.

그는 "2년 반 동안 '주요 비핵화'와 같은 것이 달성되길 희망한다. 우리가 해결해 낼 수 있다는 데 희망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북·미 정상이 지난 12일 채택한 공동성명에 비핵화 시간표와 비핵화 과정 등 구체적 내용이 담기지 않은 데 대해 미국 내에서 후폭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공동성명에 미국이 일관된 목표로 제시해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문구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공동성명에는 '완전한(Complete) 비핵화'라는 문구가 담기면서 '검증가능한(Verifiable)'과 '불가역적(Irreversible)'이라는 표현이 빠졌다.

그는 "'완전한'이란 말은 '검증 가능한'이란 말을 아우르는 것"이라며 "의미론이란 관점에서 논쟁을 벌일 순 있지만 장담컨대 (공동성명) 문서 안에 (CVID가) 들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누구도 입증이나 증명 없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수는 없다. 대통령은 그것(CVID)에 전념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검증을 위해 "지난 수개월간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협력국에서 온 최정예 적임자들을 모두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며 "우리가 실제 그 장소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바로 실행할 준비가 돼 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에 대해 협상을 해내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검증 의구심…국내 여론 대응일수도

전문가들은 폼페이오 장관이 제시한 비핵화 시간표와 CVID 의미론에 대해 '타당하다'면서도 실제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검증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핵무기 반대 비영리재단인 플라우셰어 펀드 대표이자 군축 전문가인 조지프 시린시오니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완전한 비핵화'가 그같은 콘셉트를 암시하고 포함할 수 있다는 폼페이오 말은 맞다"며 "그러나 폼페이오 자신과 미 행정부가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그것(CVID)의 부재가 두드러지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큰일이 되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폼페이오 장관이 제시한 시간표 내에 북한에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거나 핵심 실험장을 발견해 검증할 순 있겠지만 모든 핵 인프라를 해체하고 핵 과학자들을 민간 일자리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모든 핵 및 미사일 활동 동결과 핵시설 폐쇄를 포함한 "비핵화 과정의 중대한 부분이 기술적으로 2년 반 안에 일어날 수 있다는 폼페이오 말은 맞지만 이는 북한이 비핵화에 진지한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점에서 공동성명에는 명시적으로 담기지 않았지만, 양측이 별도로 얘기한 비공개 내용이 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도 구두 합의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모든 것들이 다 최종문서(북·미 공동선언문)에 담긴 것은 아니다.
최종문서로 볼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들이 이뤄졌다"고 미묘한 여지를 남겼다.

단순히 미국 내 회의적 여론에 대응하는 레토릭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론을 진화하려는 취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