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은 피해자들의 현금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말레이시아 국적의 일당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오연수 판사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말레이시아 국적 A씨(34)와 B씨(28)에 대해 각각 징역 2년과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와 B씨는 보이스피싱 전화에 속은 피해자들이 지하철역 물품보관함에 넣은 현금을 챙겨 두 차례에 걸쳐 보이스피싱 조직에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월14일 경기 고양시 마두역에서 600만원을, 3월19일 서울시 강남구 선정릉역에서 500만원을 찾아 보이스피싱 조직의 대포통장에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별도로 3월19일 서울시 서초구 고속터미널역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물품보관함에 보관한 현금 1180만원을 꺼내 미리 가져온 가방에 숨겨둔 혐의도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에게 지시를 내린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검찰을 사칭하면서 '금융사기단 목록에 당신 이름이 올라가 있어 계좌가 동결되니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범죄에 연관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속은 피해자들이 지정된 장소에 돈을 맡기면 송금책 역할을 한 A씨와 B씨 등이 돈을 찾아 조직원이 알려준 계좌로 이체하는 수법이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계획적,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이라며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사회적 폐해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화금융사기 범죄는 총책뿐만 아니라 인출책, 송금책, 모집책, 전달책 등 하위 조직원들의 가담행위를 통해 분업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이러한 가담행위에 대해서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인출·전달책 역할을 한 피고인들의 가담 정도가 가볍지 않고, 피해가 거의 회복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실형의 선고가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고, 실제로 얻은 이익이 경미한 것으로 보인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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