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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부자증세 속도조절’ 김동연 손 들어줘… 엇박자 논란 차단

기준 완화 권고안 수용 거부 "서울 조율돼 나온 얘기"

靑,‘부자증세 속도조절’ 김동연 손 들어줘… 엇박자 논란 차단
지난해 6월 21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운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왼쪽),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현안 논의를 위해 만나고 있다. 세 사람의 표정이 밝다. 연합뉴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간 입장차이가 없다."

청와대가 대통령 정책 자문기구의 부자증세안에 제동을 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5일 밝혔다.

전날 김 부총리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발표한 소위 '부자증세 3종 세트' 권고안 가운데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완화(기존 2000만원→1000만원)에 대해 "좀 더 검토해야 한다"며 "내년부터 권고안을 이행하기는 어렵다"며 사실상 수용을 거부했다. 특위는 '종합부동산세 인상.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확대.임대소득세 과세 강화 권고안'을 내놓은 상태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김 부총리의 이런 반응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청와대와 정부간 입장 차이가 없다"며 "(청와대와 기재부가) 서로 조율이 돼 나온 얘기"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나아가 "금융소득종합과세 등 특위의 권고사항을 내년도 세제개편에 반영할지는 기재부가 주도해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의 이런 반응은 김동연 부총리와 청와대 장하성 경제팀 간 '정책 엇박자'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소득주도성장론을 둘러싼 갈등으로 김 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 모두 적지않은 내상을 입은 상태다.

특위의 권고안 자체가 자칫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킬 만큼 급진적이라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종합부동산세 인상에 이어 금융소득종합과세, 임대소득 과세 강화 등 3개 증세안을 한꺼번에 밀어붙일 경우 보수층 심장부까지 진격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존에 자유한국당의 텃밭인 강남 3구 중 서초를 제외한 강남과 송파를 접수, 중도보수층까지 외연을 확대한 상태다.

청와대로선 정책 이념 외에 정책 현실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 고가 부동산과 금융자산 고소득자에 대한 동시 증세는 어렵다며 속도조절론을 제시한 기재부의 의견을 자연스럽게 수용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출신 진보학자들로 구성된 조세재정특위의 급진성에 제동을 건 것으로도 해석된다.
앞서 특위는 이번에 권고한 3종 세트 외에 올 하반기에 주식양도차익 과세 강화, 양도소득세 강화 등 전방위적인 증세안 발표를 예고했다.

이에 대해 김의겸 대변인은 "이제까지는 자문기구에서 권고안을 내면 그게 그대로 정부의 안이 되고, 공청회를 열더라도 공청회에서 나온 안이 여과 없이 정부의 안인 것처럼 이해됐던 것이 지금까지의 풍토였다"면서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의 이번 특위 같은 경우는 어디까지나 자문기구로, 독자적이고 자율적으로 안을 만들어서 권고를 한 것이다. 누구도 그 기구에 과세권을 부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