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여름철 최대전력수요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걸려있다. 이날 오후 4시현재 전력예비율이 올들어 처음으로 9% 아래로 떨어졌다.
폭염이 수일째 계속되면서 23일 오후 4시 현재 전력예비율이 8%대로 떨어졌다. 올들어 처음이다. 최대 전력수요(하루 중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은 시간대의 평균 수요 전력)도 9000만kW를 넘어섰다. 이상 폭염으로 정부의 올여름 최대전력수요 예측치(8830만kW)를 크게 벗어났다. 8월 중순까지 이상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보가 나오는 가운데, 전력수급 우려가 갈수록 고조되면 정부의 낙관적인 전력수급 전망은 물론,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 이후 예기치 못한 재난수준의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기온변동성으로 인해 일부 (전력 수요예측에) 오차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수요대비 확보하는 예비력(예비율)이 있기 때문에 전력수급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력거래소의 '실시간 전력수급현황'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25분 현재 전력 수요는 9078만4000kW를 기록했다. 올들어 최고치(2월6일 8824만kW)를 경신했다. 이 시간 기준 공급예비능력은 9829만6000kW다. 공급예비력은 751만2000kW로 집계돼 전력예비율은 8.27%로 나타났다. 올들어 최저 수준이다.
당초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2~3주 올 여름 전력수요가 최고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상 폭염으로 예상이 모두 빗나간 셈이다.
공급예비력은 통상 1000만kW 이상, 전력예비율은 10% 이상을 유지해야 전력 수급이 안정적인 상태라고 본다. 대형발전기 고장 등 돌발상황 발생땐 수급관리에 차질을 빚게 됐다. 전력수급 위기경보는 예비력이 500만kW 이하일 때 발동된다.
이날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예상과 달리 빨리 찾아온 폭염이 지속함에 따라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발전기 공급이 계획대로 확충되고 있고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비상자원도 갖추고 있다. 전력공급 차질이 없도록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여름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예상외로 급증하자,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현재 정비 중인 원전을 최대한 빨리 다시 가동키로 했다. 지난 21일 발전을 재개한 한울 4호기를 시작으로 현재 정비 중인 한빛 3호기와 한울 2호기를 전력 피크 기간인 8월 둘째, 셋째 주 이전에 다시 가동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원전 24기 중 17기가 가동되고 있다. 원전 정비(계획예방정비) 시기도 늦추기로 했다. 한빛 1호기는 다음달 13일 시작하려던 예방정비를 같은 달 18일로 늦췄다. 다음달 15일 정비가 예정됐던 한울 1호기도 29일로 정비 시기를 늦췄다. 한수원은 "8월 중 전력 500만kW 추가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총 19기 원전이 가동된다.
또 최악의 폭염과 최대전력수요가 이런 추세대로 보름이상 지속된다면, 기업이 피크 시간에 전기사용을 줄이면 정부가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수요감축요청(DR)'도 올 여름 처음으로 발동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산업부에 따르면 DR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감축 요청에 참여하면 최대 약 400만kW의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7월12일, 21일 두 차례 수요감축을 실시한 바 있다. △전력예비력이 1000만㎾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전력수요가 8830만kW(정부의 최대전력수요 예측치)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에 발동할 수 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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