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명 잡화점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삐에로 쑈핑의 콘셉트는 '펀&크레이지'다. 지난 9일 오전 쇼핑몰의 본질보다 '재미'에 집중하는 역발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삐에로쑈핑 1호점을 찾았다. 첫인상은 말 그대로 'B급 감성의 천국'이다. 주걱과 국자를 가지고 '너 죽고 나 국자', '때리면 주걱'이라는 말장난을 부리기도 하고, 천장은 뇌리에 쏙 박히는 문구들로 가득하다.
매장에 퍼지는 사운드도 중독적이다. "요지경 만물상, 삐에로 쑈핑!"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계속 들을 수 있는데, 매장을 찾은 어린이 고객부터 대학생들이 많이 따라하고 있었다. 1980~1990년대 게임 사운드와 유사한 효과음이 들리기도 한다. 삐에로쑈핑은 약 4만 건에 달하는 다양하고 독특한 상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지난 6월 28일 개장한 이래 일일 매장 방문객 1만여 명을 넘길만큼 인기몰이중이다.
지난 6월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에 개장한 '삐에로쑈핑'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조재형 기자
지하 1층 매장(270평 규모)은 화장품, 식품, 건강제품, 명품, 캐릭터 용품 등이 진열돼있다. 굉장히 북적북적했다. 삐에로쑈핑의 진열대는 0.9m 간격으로 배치돼있다. 이미 많은 제품을 고른 사람들은 불편해하면서도 상황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펼쳐지는 지하 2층 매장(490평 규모)에서는 유기농, 냉동식품, 장난감, 인테리어 제품, 가전 등을 찾을 수 있다.
평일 오전이었지만 가족, 친구 단위 방문객들이 빠르게 매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방문객들의 반응은 '재미있다', '신기하다'로 요약된다. 친구와 함께 방문한 대학생 A씨는 "다이소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 더 재밌는 요소가 많다"며 "둘러보는 맛이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기를 데리고 나온 주부 B씨는 "신기해서 나와봤는데 재밌다. 살 게 그렇게 많은지 잘 모르겠지만 한번 와볼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C씨는 "단순히 생필품만 파는 게 아니라 가챠샵, 피규어, 장난감 코너도 크게 있어서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개장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약 1달 간 올린 매출을 조사했다.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제품은 '브랜드 의류'였다. 화장품, 보디케어, 수입 소스오일, 성인용품이 그 뒤를 이었다. 이마트 측에 따르면 목표 매출의 140%를 달성했다고 한다. 매출 순위에서도 알 수 있듯이 19세 이상만 인증 후 입장 가능한 성인 존도 인기다. 이곳에서는 일반 드러그스토어에서 보기 어려운 독특한 속옷과 성인용품을 진열하고 있다. 성인 존 바로 앞에는 남녀 속옷이 진열돼있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많은데 어린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부모들이 민망해하는 상황이 종종 연출됐다.
삐에로쑈핑 지하 2층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조재형 기자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40대 가장 D씨는 "재밌긴 한데 여러 제품에 적극적으로 손이 가지는 않는다"고 말했고, 대학생 E씨는 "진열품 수에 비해 팔리는 물건만 팔리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인기를 끌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격대를 지적하는 방문객도 있었다. 주부 F씨는 "'미친 가격'이라고 홍보할 정도로 싼 제품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 외에 "보물찾기를 꼭 좁은 곳에서 해야하느냐"며 진열 공간에 대한 아쉬움을 표출한 방문객도 있었다.
비록 일본 매장의 벤치마킹이긴 하지만 삐에로쑈핑은 한국에서 '듣도 보도 못한 잡화점'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쇼핑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삐에로쑈핑의 정체성은 흥행 성적으로 검증됐다. 이마트는 오는 9월 동대문 두산타워 지하에 2호점을 론칭할 계획이다.
이마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중소형 벤더 제품이 1호점 전체 매출의 88%를 차지했다. 삐에로쑈핑이 기존 상권을 위협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중소기업 제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새 창구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공존한다. 앞으로 삐에로쑈핑이 어떻게 입지를 다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