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윤석이 '암수살인'의 개봉을 앞두고 함께 호흡을 맞춘 주지훈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암수살인'은 지난 2012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소개된 에피소드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김태균 감독이 실제 주인공인 김정수 형사를 직접 만나 약 6년간 취재 끝에 재구성했다. 작품은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 강태오(주지훈 분)와 그의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 김형민(김윤석 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먼저 개봉 앞둔 소감으로 김윤석은 "끝까지 제대로 못 봤다. 우리가 그렸던 설계도처럼 잘 진행이 됐다. 관객들이 집중해서 보는 느낌들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흐뭇한 미소로 답했다.
그간 '범죄의 재구성'의 이 형사, '거북이 달린다'의 조필성 형사, '추격자'에서는 전직 형사 엄중호, '극비수사' 공길용 형사 등 셀 수 없이 많은 형사 캐릭터들이 김윤석을 만났다. 이처럼 김윤석은 대한민국 충무로에서 형사 역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로 꼽힌다. 그런 그가 다시 형사 역할을 맡은 이유가 무엇일까?
"사실 형사물 영화 속 정의가 이긴다는 해피엔딩은 만들기 쉽다. 상업적인 요소들을 가미하다보니, 형사가 히어로처럼 등장하는 것들이 많다. 에너지와 정의감이 넘치는 모습들. 그러나 '암수살인'은 그런 요소들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아니다. 그런 역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이 작품은 범인을 체포하고 나서 종결되는 것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풀어나가는 과정이 다르다.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힘이 있다. 밀도 있는 설계도 역시 대단하다. 치열한 심리전은 말로는 쉽지만 만들기 굉장히 어려웠다. 끝난 후 '우리가 작품을 하나 만들었구나, 이후 나오는 범죄물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가 하면 '암수살인'은 실화로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김정수 형사라는 실존 인물과 한국 영화에서 아직 한번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암수살인'이라는 미지의 소재, 픽션보다 더 드라마틱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라는 점이 김윤석에게 부담감을 자아내진 없었을까.
"이미 모든 것이 알려진 인물이라면 부담감이 있었겠지만 김형민이라는 캐릭터는 실존 인물을 재탄생시켰기 때문에 부담감은 없었다. 오히려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을 놓칠까 두려웠던 부담감이 있었다. 우리 이야기의 장점은 리얼리티다. 사건의 정보, 하나를 5년동안 계속 조사하고 조사했다. 김태준 감독을 툭 치면 어마어마한 자료들이 줄줄이 나온다. 실화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대한 것도 놓치지 말아야 했다."
김윤석이 맡은 김형민은 강태오의 추가 자백을 듣고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진실을 파헤친다. 신고조차 되지 않는 암수살인을 직감한 그는 모든 단서를 위해 자백의 대가로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면서까지 수사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처럼 오롯이 정의감으로 움직이는 캐릭터를 연기한 김윤석은 뿌듯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작품은 굉장히 명쾌했다. 나는 형사이기 때문에 사건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강력하다. 김형민 형사 캐릭터에서 유연하지만 안에서 단단한 심이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 이 나이가 되면 정말로 그런 사람들을 보게된다. 두드러지지 않지만 참 조용히 자기 길을 잘 가는 사람이다.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분별력 있으면서 예의바른 사람. 제 주변에서 그런 모습과 가장 가까운 사람은 장준환 감독이다. 굉장히 안에 냉?하면서도 강력하다. 파격이 있으면서도 내재된 힘을 보인다. 진정으로 매력적인 사람이다."
작품은 우리의 일상에서 언제라도 벌어질 듯 생생하게 이어지는 스토리와 끈기와 집념으로 사건을 쫓는 형사 김형민을 이야기의 중심에 세웠다. 이에 김윤석은 기존 형사 이미지와 다른 캐릭터를 구축해 형사와 범인의 역전된 관계, 범인의 함정에 빠진 형사 등 신선한 전개를 펼친다.
"사실 주지훈이 맡은 강태오 같은 배역은 탐이 난다. 많은 배우들이 하고 싶어 하지만 굉장히 부담스러운 배역이기도 한다. 그동안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인상깊은 배역들을 많이 봤다. '다크나이트'의 조커, '추격자' 하정우, '타짜' 아귀 등 캐릭터로 승부하는 데서 강력한 이미지가 있다. 그것을 극복해서 해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주지훈은 서울 토박인데 부산 사투리로 바꿔야 하는 굉장히 힘든 숙제까지 안고 갔다. 집중할 수 있게 마음으로 응원했다.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이다. 나는 이 친구가 집중력을 놓치지 않게 도와주는 것은 기다려줬을 뿐이다. "
이처럼 주지훈에 대한 신뢰를 드러낸 김윤석. 앞서 주지훈은 김윤석에 대해 '달달한 카스테라' 같은 선배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윤석은 "웃겨죽겠다. 괜히 카스테라라고 해서는. 그렇다면 저는 주지훈을 만두라고 표현하겠다. 만두국을 만들어도 되고 구우면 군만두, 찌면 물만두, 김치 넣으면 김치 만두. 그렇게 굉장히 마인드가 오픈되어 있는 친구다. 쉬는 시간에도 계속 연습하더라. 위경련까지 겪었다. 얼마나 힘들었겠냐"며 돈독한 우애를 자랑했다.
'암수살인'으로 또 한 번 변신을 시도하는 김윤석. 그는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무기로 불리한 싸움을 시작하며, 수사를 밀어붙이는 김형민의 뚝심을 여실히 담아냈다. 올해 '1987'로 성공했다고 언급한 김윤석은 '암수살인' 역시 그만한 평가를 받고 싶다고 내심 희망사항을 밝히기도 했다.
"'암수살인'은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다.
짙은 커피처럼 여운이 남았으면 좋겠다. 바쁘게 살다보니 놓쳐버린 사람, 혹은 일에 대해 다시 돌이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러 놓친 것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kqls_star@fnnews.com fn스타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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