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서울=공동취재단 이태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비핵화를 위한 '운명의 담판'을 벌였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정상회담을 갖고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하며 빠르게 회담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도 회담이 추가로 열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던 것을 감안하면 빠른 호흡으로 회담이 마무리된 셈이다.
이날 오전 10시께 백화원 영빈관에서 만난 두 정상은 기념촬영만 마친 뒤 곧바로 정상회담에 돌입했다. 우리측은 서훈 국정원장, 북측은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가장 중요한 의제였던 비핵화에 대해 종전과는 다른 진전된 결과를 이끌어냈다. 특히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철수하기로 했고,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정상의 '비핵화 의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최종 합의문에는 밝히지 않은 비공식 논의를 이어갔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이 북·미 간 비핵화협상을 촉진시키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었던 만큼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북한과, 핵 리스트 신고가 먼저라는 미국 입장 사이의 절충점을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직접 제시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무자들의 사전 협의 결과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는 형식이었던 기존의 정상회담과 달리, 이날 정상회담은 비핵화 성과를 두 정상이 직접 결단하는 시간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도 당초 이번 정상회담에서의 비핵화 성과는 두 정상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전망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7일 브리핑을 통해 "어떤 합의가 나올지, 그 내용이 합의문에 담길 수 있을지, 구두합의가 이뤄져 발표될 수 있을지, 이 모든 부분이 블랭크(빈칸)"라며 "두 정상 간 대화에 모든 무게가 달려있다"고 밝혔다.
■판문점회담보다 길어진 평양회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65분간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전날 진행했던 1차 정상회담 시간까지 포함하면 두 정상이 평양에서 공식 정상회담으로 보낸 시간은 총 3시간10분이다. 이는 지난 4·27 정상회담보다 다소 길어진 시간이다. 당일 일정으로 진행됐던 판문점 1차 정상회담은 총 1시간40분 동안 이뤄졌다. 오후에 두 정상이 도보다리를 거닐며 30여분간 단독회담을 한 것까지 포함하더라도 회담시간은 2시간여 남짓이다.
과거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이 만났을 때에는 정상회담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친밀도를 높이는 등 분위기를 조성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두 차례에 걸쳐 총 3시간14분 동안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김 전 대통령 숙소인 백화원에서 진행된 비공식 환담(27분)까지 포함하면 3시간41분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 시간은 더 길었다. 두 정상은 두 차례에 걸쳐 총 3시간51분의 회담을 진행했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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