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애인에게 성적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협박성 문자를 반복적으로 보낸 50대 남성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협박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55)의 상고심에서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 형사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9월 30일 밝혔다.
이씨는 헤어진 여자친구 A씨(44)에게 지난해 7~8월 ‘인생 마무리 해줄게’ 등 25차례 휴대폰으로 협박성 문자를 보내고,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문자메시지를 22회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5월부터 두 달 간 A씨와 연인관계로 지낸 이씨는 사귈 무렵 A씨에게 1500만원을 빌려주면서 '헤어질 경우 즉시 변제한다'는 차용증을 받았지만 이별을 통보한 A씨가 변제요구를 피하고 연락을 차단하자 화가 나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폭력 범죄로 총 12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이씨가 동종범행으로 인한 누범기간 중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점, 죄질이 좋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이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의 성기 크기를 언급한 것에 화가 나 연인관계를 정리한 후 피해자에게 수치심, 불쾌감, 심적고통 등 부정적 심리를 일으키고자 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피고인이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봤다. 다만 협박 혐의는 유죄로 인정, 징역 8월로 감형했다.
성폭력처벌법 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적인 관계를 욕망하지는 않았더라도 피해자로부터 다른 남자와 성적으로 비교당해 열등한 취급을 받았다는 분노감에 피해자의 성기를 비하, 조롱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자신이 받은 것과 같은 상처를 주고 동시에 자신의 손상된 성적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이같은 행위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 역시 성적 욕망에 포함되므로 피고인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이 인정된다”며 2심 판단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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