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달러 강세로 도전 받는 美 다국적 기업들

달러 강세로 도전 받는 美 다국적 기업들
EPA=연합.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웨스트 버지니아 주 휠링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지원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 = 장도선 특파원] 올해 미국 달러 강세가 3·4분기 미국 다국적 기업들의 수익에 흠집을 냄으로써 이미 무역전쟁과 금리 인상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는 미국 증시에 또 하나의 부담을 안겨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WSJ달러지수는 지난 분기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2018년 전체적으로 4.3% 올랐다. 달러 강세는 다국적 기업들의 해외 수익을 달러로 전환할 때 수익을 축소시킨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에 편입된 많은 기업들은 조만간 시작될 3·4분기 어닝시즌에서 또 한차례 두 자릿수의 수익 증가를 보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실적 경고를 내놓는 기업들 또한 늘고 있으며 환율 변동이 실적 경고의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된다. 팩트셋에 따르면 실적 전망을 제시한 98개 기업의 약 76%는 부정적 가이던스를 내놓았다. 이는 5년 평균치보다 높은 수치다. S&P500 기업 전체적으로 3·4분기 수익은 전년비 19% 증가, 2·4분기의 25%와 비교해 성장세 둔화가 전망된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제임스 티에르니는 WSJ에 “외환 움직임은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면서 “달러 상승과 신흥시장 통화의 움직임은 특히 인도, 중남미, 아시아에 크게 노출돼 있는 기업들에 정말로 충격을 안겨 줬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경매업체 이베이는 달러 강세로 금년도 매출이 1억 5000만달러 줄어들 것으로 경고했으며 존슨 앤 존슨은 매출 전망을 축소하고 수익 전망치를 낮췄다. 지난주 분기 실적을 발표한 운동 용품 메이커 나이키는 달러가 지난 3개월간 “약간의 역풍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하며 연간 매출 증가 예상치를 하향 조정했다. 나이키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약 65%를 해외에서 올렸으며 중국과 캐나다가 최대 해외 시장이다.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클로락스는 전 분기 해외 매출이 2% 감소한 것은 아르헨티나 페소 가치 하락과 달러 강세 탓으로 설명했다. 또 환율로 인한 어려움은 앞으로도 계속돼 2019 회계연도 전체 매출이 2%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WSJ은 최근 몇 주간 유로와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가 올해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달러는 앞으로 몇 달간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웰스파고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의 글로벌 채권 전략가 피터 윌슨은 노트에서 미국 경제가 2·4분기(4.1%)와 비슷한 속도로 계속 성장할 경우 달러도 추가로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무역전쟁도 달러의 또 한차례 랠리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관세가 경제의 많은 부분에 제약을 가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미국은 중국 등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무역전쟁의 여파를 더 잘 견뎌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도 달러의 매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달 올해 3번째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연내 한 차례 더, 그리고 2019년에 3차례, 2020년에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많은 분석가들은 시장이 직면한 불확실성들 때문에 달러에 관한 단기 전망 제시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지만 대부분은 달러가 올해 남은 기간 비교적 강력한 흐름을 유지한 뒤 내년에 상승폭을 일부 반납할 것으로 전망한다. WSJ은 따라서 이 같은 달러의 강세 기조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에 계속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jdsmh@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