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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일반차, 전문가 손길 거쳐 랠리카로… "없어서 못팔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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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알체나우 자동차산단 ‘현대모터스포츠법인’
유럽형 i20쿠페 손수 개조 월드랠리챔피언십 1위 추격.. 현대차 브랜드 위상 드높여

[현장르포] 일반차, 전문가 손길 거쳐 랠리카로… "없어서 못팔아요"
현대모터스포츠법인 TCR(투어링카) 워크숍에서 연구원이 현대차 'i30 N TCR'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 알체나우(독일)=오승범 기자】자동차 본고장 독일에 현대자동차 DNA가 모터스포츠카로 진화중인 요람이 있다.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50㎞ 떨어진 알체나우 자동차산업단지에 자리잡은 현대모터스포츠법인(HMSG)이다.

설립 5년만에 현대차의 글로벌 경주용차 시장공략과 브랜드 위상을 끌어올리는 전초기지가 됐다. 현대차 드림팀이 개발뿐아니라 일일히 수작업으로 공들여 생산한 최정상급 랠리카들이 대회 상위권을 휩쓸고 있어서다.

유수의 브랜드들이 최첨단 기술로 자웅을 겨루는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현대차 엠블럼을 단 국산 랠리카들의 쾌속 질주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일대 도약을 이끄는 동력이 될 전망이다.

2013년 문을 연 HMSG에는 현재 30여개국의 약 250명 글로벌 인재들이 한계를 초월한 경주용차 개발을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i30N TCR은 없어서 못팔아

지난 4일(현지시간) 현대차 경주용차 개발의 심장부인 HMSG에선 'i20쿠페'의 대변신이 진행되고 있었다. i20쿠페는 현대차 터키공장에서 양산되고 있는 유럽형 전략모델이다.

양산 모델의 샤시만 가져와 경주용차로 개조하는 고난도 작업이 이어졌다. 엔진성능 향상 및 점검 등을 위해 시동을 켜자 폭발적인 배기음이 쏟아졌다. 타이어를 제외한 파워트레인 등 주요 부품은 모두 컴퓨터와 연결돼 관련 수치들이 데이터로 축적됐다. 한층 진화된 경주용차 개발을 위한 사전 작업이다.

예컨대 양산차 i20의 경우 84마력이지만, 경주용차로 버전이 업그레이드된 'i20쿠페 랠리카'는 최대 380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도로, 산악 등 노면조건과 상관없이 유지되는 고도화된 기술로 일반적인 양산차의 마력과는 차원이 다르다.

HMSG에는 i20쿠페 뿐아니라 i20 R5, i30N TCR 등 총 세가지의 경주용차가 소량 생산되고 있다. i20쿠페는 판매목적이 아니라 현대차가 회사 이름을 걸고 경주대회에서 자체 참가를 위해 개발된 경주용차이다. 이에 비해 i20 R5, i30N TCR은 다른 팀의 경주대회 참가를 위한 판매 모델이다.

특히, i30N TCR은 글로벌 경주용차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대부분 수작업으로 제작돼 생산 가능물량은 일주일에 1대수준이다. 판매가격이 1대당 2억원에 육박한다. 이미 40여대가 계약돼 1년간 물량을 확보했고,신규주문은 줄을 잇고 있다. 대기기간이 3개월이상으로 수요초과 상태다.

황인구 HMSG 책임연구원은 "경주용 차는 엔진개발에만 약 2년이 걸려 그만큼 개발비용도 만만치 않다"면서 "i30N TCR은 없어서 못팔 정도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 경주용차, 세계 대회 우승 눈앞

고성능차들의 최대 격전지는 경주대회이다. 대회 성적이 고성능차 기술력과 직결돼 자동차 브랜드들의 자존심을 건 진검승부가 펼쳐진다.

가장 큰 대회는 양산차 기반의 경주용차들이 출전하는 월드랠리챔피언십(WRC)이다. 1년간 세계 각국에서 13번의 대회를 열어 종합점수로 순위를 가린다.

그동안은 유럽과 일본 브랜드의 왕좌 쟁탈전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현대차가 세계 모터스포츠 대회의 판을 흔들고 있다.

올해 i20쿠페가 10차대회까지 279점을 획득해 1위 도요타(284점)를 5점차이로 바짝 추격중이다. 남은 3번의 대회에서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한 격차다.

대회에 첫 참가한 2014년에 4위를 시작으로 2015년 3위, 2016년과 2017년에는 2년 연속 2위를 유지했다.
현대차 브랜드 위상 제고로 i20의 글로벌 판매량은 2014년 21만5169대에서 지난해 28만6241대로 30% 이상 증가했다. 올해 WRC 최정상 자리에 올라서면 국산 브랜드 경주용차의 사상 첫 우승이다. 이 역시 판매 실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