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법농단, 대법원은 항상 그렇게 해왔다..제도 개혁해야”

“사법농단 철저히 진상규명” 김명수 대법원장 강조한 날 前 부장판사 출신 ‘쓴소리’

김명수 대법원장은 1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내비쳤다. 같은 날 한 전직 법관은 '사법농단'은 대법원장 한 명의 문제가 아닌 오랫동안 대법원 내에서 이뤄져온 관행이라며 근본적인 사법개혁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원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인사말에서 사법농단으로 불거진 사법부의 위기에 대해 "법관들이 '독립된 재판기관으로서의 헌법적 책무'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은 물론, 재판과 사법행정의 분리, 사법행정구조의 개방성 확보, 법관인사제도의 개선, 법관의 책임성 강화, 사법의 투명성과 접근성 강화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의 발언과는 달리 법원 안팎에서는 검찰의 수사에서 법원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이 10%를 밑돌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김 대법원장의 개혁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는 상황이다.

전 부장판사 출신인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간담회를 열어 현재 대법원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의 일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걸 보면서 큰 충격을 받고 이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저는 역설적으로 양 전 대법원장은 참 억울하다고 생각한다"며 "양 전 대법원장이 그런 게 아니라 한국의 대법원은 항상 그렇게 해왔다"고 주장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에 와서야 대법원의 '민낯'이 드러났을 뿐, '사법부의 적폐'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재판과 사법행정의 분리를 골자로 하는 김명수식 사법개혁에 대해서도 평가절하 했다. 그는 "국민들은 '법원행정처의 폐지'와 같은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오직 공정한 재판이 실현되길 바랄 뿐"이라며 "그렇게 해야만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심각한 불신이 극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명수 대법원장 이하 한국의 법관들은 우리 앞에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바라보라"며 "촛불시민혁명을 거치고 나서 우린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사법부는 낡은 기득권 수호의 헛된 희망에 사로잡혀 새로운 세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을 무시하지 말라. 재판의 독립만 줄기차게 외치는 조직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공정한 재판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 개혁에 나서달라"고 덧붙였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