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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 훈련 참가..적 총에 맞자 센서 울리며 ‘경상’ 알림음이 나왔다

여단급 실탄 훈련에 68억원 KCTC 훈련 비용은 6억원
곡사포·항공탄막까지 실제 전장효과 그대로 재현

[현장르포]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 훈련 참가..적 총에 맞자 센서 울리며 ‘경상’ 알림음이 나왔다
KCTC훈련용 장비인 대전자무기 판저파우스트-3의 사격 모습. 실제 판저파우스를 개조해 가상의 탄을 장착했다. 탄에는 레이저 센서가 부착돼 실제 발사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탱크나 인마에 발사하면 폭음과 포연과 함게 주어진 조건값에 따라 레이저를 방사, 피탄 훈련장비나 훈련인원에게 가상의 피해를 줄 수 있다.


【 인제(강원)=강중모 기자】 "여단급 부대가 야전에서 실탄으로 훈련을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68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KCTC)의 훈련시스템을 이용하면 6억원의 비용으로 안전하고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할 수 있다."

한경록 과학화전투훈련단장(육군 준장·육사42기)의 목소리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한 단장은 여단급 대규모 과학화훈련을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전 세계에서 우리 나라와 미국, 이스라엘뿐이라며 향후 우리 군의 KCTC 시스템을 수출하는 '국방한류'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KCTC 시스템은 현재 전 세계에서가 가장 진일보한 형태의 군 과학화훈련 시스템이다. KCTC로 더 이상 '딱총싸움' 같은 보여주기식 소·중대급 소총교전훈련은 자취를 감추게 됐고, 이제는 3000명씩 양측 6000명의 대병력이 105㎜곡사포·벌컨포·전차로 훈련하는 시대가 왔다.

육군은 심지어 훈련에 공군의 지원도 연계시켰다. 훈련 중 필요시 공군 지원을 요청하면 실제 공군 전투기가 출격해 훈련장 상공에 레이저 센서가 달린 무기를 투사한다. 공군과 함께 싸우는 게 필수적인 현대전의 양상을 구현해 육군 보병 일변도의 전근대적 훈련에서 탈피한 것이다.

■1인당 11개 고성능 센서…훈련 '촉매제'

육군이 이처럼 고도화된 훈련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훈련 참여 장병들의 몸에 부착되는 센서의 성능이 극대화됐기 때문이다. 현재 KCTC에서는 총 11개의 센서를 지원한다. 전투복 위에 센서가 달린 조끼·헬멧을 착용하면 훈련 투입 준비는 끝난다.

장병들이 쓰는 총기와 수류탄, 대전차화기인 판저파우스트-3, 105㎜곡사포, 지원공군이 쓰는 항공탄막 모두에는 레이저파가 발생하고 각 무기의 성능에 따른 조건값이 주어져 피탄이 됐을 경우 센서에 의해 피해 상황이 해당 피탄자와 KCTC통제부서에 정확하게 통지된다.

지난 8일 진행된 KCTC 취재진 체험훈련에 본 기자가 실제로 참가해보니 전문 대항군이 쏜 소총탄 레이저가 기자가 착용하고 있는 센서를 지나가자 "피슝, 피슝"하는 총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총소리가 이어지더니 '경상(輕傷)'이라는 알림음이 나왔다.

이날 체험행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훈련에 참가한 취재진에게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으나 의외로 큰 공포탄 폭음과 전문 대항군의 제대로 된 대응사격에 웃음기는 금방 사라졌다. 총탄을 피하기 위해 포복을 하고 은폐물인 돌무지에 엎드려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KCTC 각종화기, 실전과 다르지 않아

취재진이 맛보기로 참여한 약식 KCTC훈련이 이 정도라면 지휘관의 지휘능력 평가를 가늠해보는 지표가 되는 군의 정식훈련은 더욱 실전 같은 긴장감 속에 진행될 것이란 평가다.

이처럼 KCTC훈련이 '리얼'하게 느껴진 데 대해 부대 관계자는 "최대한 실전과 유사한 훈련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고민과 연구를 거듭했다"면서 "훈련 중 사용되는 화기의 폭음을 실제같이 구현하기는 힘들었지만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과학화전투훈련단은 취재진에게 훈련용 소총과 크레이모어, 판저파우스트-3, 105㎜곡사포의 발사 장면을 시연했다.

기자가 군 시절 들었던 폭음에 비하면 작았지만 적절한 폭음과 포연은 훈련 분위기를 조성해 실전과 같은 느낌을 주는 데 아무런 무리가 없어 보였다.


인상적인 장면은 훈련용 화기와 장비의 불출과 수납이 전자동 시스템으로 이뤄진다는 점이었다.

예비군 훈련을 가보면 단순한 소총을 나눠주고 훈련 후 거둬가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KCTC는 이런 점을 감안해 마치 공장과 같은 전자동 시스템을 갖췄다.

훈련을 지원하는 병사들의 노고가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확실히 군이 선진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 훈련이란 평가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