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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우리銀 경영에 정부가 끼어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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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보장" 약속 지켜야 예보 잔여지분도 처분을

우리은행이 금융지주사 회장 선출방식을 정하지 못했다. 지난주 이사회를 열었지만 다음달 7일 금융위원회가 지주사 전환에 공식 승인을 내준 뒤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사회가 금융위 눈치를 본 결과다.

지난해 봄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우리은행이 큰 변화를 겪었다. 작년 12월엔 이광구 행장이 채용비리에 걸려 물러나고, 손태승 행장이 후임으로 뽑혔다. 최근엔 우리은행이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한 뒤 새 회장을 뽑는 방식을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주주로서 나름의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취임한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국감에서 "최대주주로서 지분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를 정부 개입 시그널로 받아들였다. 우리은행 이사회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 배경엔 경쟁 민간은행과 다른 우리은행만의 독특한 지분구조가 있다. 우리은행은 민간은행이면서 동시에 정부은행이다. 증권·생명·자산운용사 등 7개 과점주주가 27% 넘는 지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최대주주는 여전히 예보(18.43%)다. 국민연금도 9.3%를 갖고 있다. 이러니 정부(금융위)가 예보 지분을 앞세워 우리은행 경영에 간섭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예보, 곧 정부가 1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는 신사협정에 어긋난다. 2년 전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예보 지분 51% 가운데 큰 몫을 7개 민간투자자에게 넘겼다. 그때 "우리은행 자율경영에 대한 정부의 약속은 꼭 지켜질 것"이라고 말했다. 예보가 1대 주주로 남지만, 경영엔 간섭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시장은 이로써 우리은행이 민영화를 달성한 걸로 평가했다. 만약 지금 정부가 끼어들면 스스로 다짐한 약속을 깨는 것이다.

정책이 시장에서 신뢰를 가지려면 일관성이 중요하다. 국정을 농단한 정책이 아니라면 박근혜정부가 한 약속은 문재인정부도 지켜야 한다. 장차 우리금융지주가 누굴 회장으로 뽑든 선택권은 민간 주주들에게 맡기는 게 옳다. 공연히 정부가 엉뚱한 인물을 내려보내기라도 했다간 애써 쌓은 민영화 공든탑이 무너질 판이다.

오히려 정부는 나머지 예보 지분도 이른 시일 안에 매각하는 절차를 밟기 바란다. 지주사 전환과 함께 완전한 민영화야말로 우리은행이 원하는 바다. 예보는 오로지 공적자금 회수에만 힘을 쏟으면 된다. 이명박정부 때 이른바 금융권 '4대 천왕'이 온갖 말썽을 빚었다. 관치는 늘 뒤끝이 좋지 않다.
이광구 후임으로 손태승 행장을 뽑을 때 정부는 자제심을 보였다. 손 행장은 민간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뱅커 출신이다. 이번에도 정부의 자제심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