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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DGIST, 문제는 정규직 전환이야

지난달 23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손상혁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은 여러 의원의 질타를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해임 요구에도 총장직을 유지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손 총장의 펠로 연구직 '셀프 임용'과 연구비 부당 집행을 주목했다. 그러나 혼란을 겪고 있는 DGIST 문제는 부당한 정규직 전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DGIST는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중대한 오류를 드러냈다. 과기정통부 감사에서 DGIST의 정규직 전환은 비정규직 연구원의 직무분석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의견수렴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과기정통부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정규직 전환에 대해 최초로 재심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은 감사가 두 달이 지났지만 지지부진이다. 지난 9월 14일 감사 이후 처음 개최한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에서는 '위원회의 결정이 일방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게 논의됨'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후에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몇 차례 설명회만 개최했을 뿐 뚜렷한 대안은 오가지 않았다.

이러한 배경에 정부의 허술한 대응도 한몫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규직 전환이 논의되던 지난해, 많은 연구기관은 한정적인 자원에서 인재를 뽑기 위해 '내부 경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공정하다면 큰 논란이 없을 방법이었다. 그러나 과기정통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내부 경쟁을 예외적으로만 허용했다. 이 때문에 DGIST는 변칙적인 방법으로 정규직 전환을 실시해 문제가 벌어졌다. 현재까지 DGIST가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산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 역시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인건비에 대한 예산 항목 조정 등 유동적인 예산 확보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는 비정규직 연구원의 몫이 됐다. 정부는연구원들의 지속 가능한 연구를 위해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 고용 불안정을 해소해 연구원이 자신의 분야에서 성과를 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DGIST 연구원들은 정규직 전환 문제가 떠오른 뒤 연구가 잠정 휴업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거취가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에 몰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DGIST 사태는 최근 논란인 정규직 전환 문제에서 정부의 해결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정부는 처음으로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자신들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정규직 전환이라는 '선의'가 마냥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한 지금, 비정규직에게 최선의 결과가 무엇인지 관계부처와 DGIST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