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

[한국경제, 겨울이 오고 있다] 성장률 하락에 기업은 실적쇼크…‘코스피 저점’ 아무도 몰라

4. 불안한 주식시장, 내년이 문제다
경기 하강국면 접어들며 기업마다 4분기는 물론 내년 이익마저 하향 조정..최악땐 1900선 각오해야

[한국경제, 겨울이 오고 있다] 성장률 하락에 기업은 실적쇼크…‘코스피 저점’ 아무도 몰라

지난해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날 코스피지수는 2270으로 마감했다. 이후 주가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열흘 남짓인 지난 5월 22일 코스피는 2304로 장을 마쳤다. 6년간 이어져온 '박스피'가 깨진 순간이다. 하지만 들뜬 기분도 잠시, 이후 주가는 하락을 거듭하며 지난달 29일 2000선이 깨지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지수는 급락에 따른 반작용으로 2000선을 회복했지만 앞으로 전망은 녹록지 않다. 미·중 무역분쟁, 미국 금리인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의 실적전망이 계속 낮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 주가 수준이 이익과 자산가치에 비해 역사적으로 저평가됐다"며 추가 반등 여지는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내년 실적악화 선반영한 주가

올해 3·4분기 어닝시즌이 반환점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실적을 공시한 상장사 3곳 중 1곳은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 쇼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중 지난 4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114곳이다. 이 가운데 57.9%인 66곳은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특히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에 10% 이상 미달한 '실적 쇼크' 기업만 37곳(32.5%)에 달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적과 성장성이다. 지난 10월 국내 증시가 급락한 이유도 3·4분기는 물론 연말과 내년까지 기업실적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보통 주가는 실물경제를 6개월 안팎 선반영하기 때문이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9월 말 기준 3·4분기 전망치는 이미 연초 대비 95.3% 하향 조정된 수치인데 발표되는 실적이 이를 밑돌고 있다"며 "4·4분기 전망치는 빠르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내년 이익전망치 또한 최근 5주 동안 10조원 넘게 하향 조정됐다"고 말했다.

■한국 성장률 전망치 줄하향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는 중이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9%, 2.7%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심각한 것은 국책연구기관인 KDI마저도 성장률 전망치를 최하 수준인 2.6%로 낮췄다는 점이다. 보통 KDI는 정부와 마찬가지로 희망 섞인 전망치를 내놓기 때문이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KDI는 "한국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에 있다"고 진단했으나 이번에는 "경기정점을 지나 하강할 위험마저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 증시 고점은 2400 안팎

내년 증시전망도 밝은 편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신용위기 등 최악의 경우 코스피지수 저점을 1530 선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물론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무역분쟁 사태가 위안화 약세와 중국 금융위기로 확산된다면 우리 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감안할 때 2003년과 2008년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코스피지수는 2003년 IT버블 붕괴 후 경기침체기에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69배까지 하락했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엔 저점 기준 0.81배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실물경제 리스크가 금융 리스크로 옮아가면 한국의 중국 경제 의존도를 고려해 주가가 2003년과 2008년 수준까지 떨어진다면 코스피지수는 1530선, 1800선이 저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 증시가 역사적 저평가 구간인 만큼 반등 가능성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하나금융투자는 내년 코스피가 1900∼2400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만 연구원은 "코스피는 2013∼2015년의 박스권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며 'N'자형 패턴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증권도 내년 코스피 저점을 1920∼1960, 고점은 2340 선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민 연구원은 "10월 주가 급락으로 코스피는 내년 상반기까지의 이익 감소를 상당부분 반영한 데다 연말 소비시즌, 미국의 재정정책, 중국의 경기부양 등으로 연말까지 코스피 하단이 공고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코스피 2000 선 부근은 비중 확대의 기회"라고 덧붙였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기자